Page 6 - 최인수 개인전 2024. 12. 4 – 12. 9 인사아트센터 부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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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폭풍전야〉, 80.3×116.8㎝, 장지, 먹, 분채, 혼합채색, 2021





                 정경(情景)과 형상사유(刑象思惟)


                 대자연은 생성과 소멸의 순환 속에서 매순간 준엄한 변화를 이어간다.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 모든 존재는 모였다가 잠시 머물고, 변하며, 소멸하므로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아 어제와 같은 오늘은 다시 오지 않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들의 흔적도 점차 흐려져 결국

                 잊혀진다. 나는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마치 운명애처럼 작업에 집착하며 겹겹이 쌓아올려 시간을 함축한다. 그러다
                 중첩된 형상들이 우연성이 내재된 필연성으로 인식되는 순간, 대상들과 조우(遭遇)하며, 정경교융으로 담아낸다.

                 이렇듯 작업과정은 인생 여정처럼 정감을 녹여 경물에 이입하면서 인내와 후회, 미련, 기쁨 등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그러한 나의 작품은 땀과 시간으로 축적된 흔적이자, 되돌릴 수 없는 순간들의 누적된 이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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