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전시가이드 2024년 10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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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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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것이 없어 보였다. 단조로운 매일의 일상을 특별히 괘념하지도 않고 주어 다. 그저 눈빛으로 무언의 의사를 밝힐 뿐이다.
진 시간을 누리며 보내는 것이다. 그 느긋함에 사람이 오히려 질려 건드리면
스윽 일어나 피할 공간을 두리번거리면서 찾는 거였다. 그렇다고 무심의 경지 집에 사람들이 찾아오면 현관문 밖까지 나가 마음을 다해 극진히 맞이했다.
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버선발로 뛰쳐나가 환대를 한다할까. 그러나 어찌 조용한지 손님들이 예상
치 못한 꽃님이의 출현에 한결같이 “강아지가 있었네요?”하고 깜짝 놀랐다.
잠에서 깨어나 뭔가를 요구할 때 보면 집요함도 있었다. 방법은 별거 아닌 것 때론 예상과 다른 일탈로 우리의 애간장을 녹인 적도 있었다. 가출을 시도한
같아도 강력했다. 먼저 자리를 잡고 다리를 모은 채 입을 앙 다물고 눈을 똑바 것이다. 찾기 위해 방송도 내고 전단지를 붙인 적도 있었다. 인연은 질긴 것
로 마주쳐 미동도 없이 주시하며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이다. 특히 딸기와 사 인지 다행이도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여러 번. 늙으니 이마저도 젊은 날
과를 엄청 좋아해 어느새 조용히 대기하고 있어 뒤돌아보며 놀랄 때가 많았다. 의 추억이 되었다.
가장 신나할 때가 있었다. 바로 산책이다. 외출하러 나가는 분위기는 잽싸게
알아차려 흥분해 현관 앞에서 끙끙대며 동동댔다. 밖에 나가면 콧바람을 쌕쌕 그녀도 늙어 백내장이 오고 치매가 찾아 들었다. 홀로 있을 때는 고독을 즐
불며 팽하고 뛰쳐나가는 통에 사람이 끌려가는 형국이었다. 제 힘껏 하고 싶은 기지만 누군가 있을 때는 먼저 다가와 관심과 애정을 베풀던 그였다. 배 깔
대로 달리고 뛰며 원 없이 하다 지친다 싶으면 할끔할끔 눈치를 살피다 발걸음 고 늘어지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사람 곁에 머물며 체온을 나누었는데 이젠
을 멈추고 올려다봤다. ‘이젠 다리가 아프니 안게나~!’ 명령인 게다. 다 귀찮아졌는지 익숙한 환경도 낯설어 하며 뱅뱅 제자리서 돌기만 했다. 세
월을 탓했다.
묘하게도 짖는 법을 배우지 못 했다. 둘째 아들이 데리고 앉아 짖는 방법을 특
별과외도 했건만 효과는 별반이었다. 아마도 짖을 필요성이 없었는지도 모르 사라지는 것 보다 잊히는 게 더 슬픈 거라고 혹자들은 말하곤 한다. 기억을 곱
겠다 싶다. 사람과 생활하다 보니 자신도 인간이라 인식을 하지 않았나 하는 씹어서도 아니다.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서도 아니다. 말 그대로 그냥이다. 마
것이 우리네의 진단이다. 배가 고프면 밥그릇 앞에 가 사람을 쳐다보는 것으 치 숨 쉬는 듯 지금도 곁에 머무는 듯이 그렇게 대화 속에 자연스레 들먹이
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목마를 때도 동일하다. ‘끙~’소리를 내는 법도 없 게 된다.
상투적으로 20년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을 살다 우리 곁을 떠났
다. 영원한 동행은 없어 언젠가는 헤어질 줄 알지만 예고 없는 이별은 슬프다.
그 보다 먼저 떠나보낸 이가 있기에 꽃님이와의 작별은 더 애잔했던 것 같다.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1994)
•광주문협 회원 오롯이 우리를 기다리고 반기던 그녀. 무엇보다 어느 누가 이렇듯 맹목적으로
•.전남일보 작가에세이 연재 변함없이 한결같이 일편단심으로 나를 향한 애정을 쏟아 주었을까. 남편도 자
•《광주문학》 편집위원(現) 식도 지인들도 날씨 변화처럼 들쑥날쑥한 사랑일 뿐인데.
•무등산 10회 문학 백일장 수상 빈자리가 유독 허전하다.
• 《월간 전시 가이드 쉼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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