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박현철 개인전 2024. 6. 15 – 7. 9 새문안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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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로고스로서의 회화 세계를 구축한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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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적 정신을 토대로 하여 작업을 해오고 있는 박현철 작가는 하나님의 말씀, 즉 성경(Bible)의 내용을 영문이나 한글 텍스트 형태의 오브제
           로 만들고 그것을 화면 전체에 채우고 채색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가 어떠한 이미지 보다는 텍스트를 캔버스에 가져와 작업하게 된 것
           은 그가 작업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이 어떤 구체적 형상에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비형상적이거나 형상을 초월한 어떤 것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의미하는 로고스(Logos)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모든 사물의 존재를 규정하는 보편
           원리 혹은 고유한 사물이 되게 하는 형식”이라고 되어 있다. 이 우주 만물의 보편 원리이자 형식이라는 것이 기독교인들에게는 하나님이었던
           것이며 작가는 그러한 하나님을 구체적 형상 대신 로고스 즉 성경 내용을 담아낸 텍스트로 구현해내려 했던 것이다.


           그의 작업을 살펴보면 작가는 성경 내용을 서술하는 것 이전에 이 텍스트들을 화면에 질서 있게 배치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의 작업을 시작하고
           자 했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작가는 어떠한 색채의 변화나 명암의 변화를 최대한 절제시킨 화면을 보여주게 되는데 여기에는 두툼한 두
           께의 텍스트들만 드러나 보이는 상태에서 작가는 화면 전체를 하나의 색조로 통일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풀어내는 것을 보게 된다. 이는 마
           치 조각 작품 중 부조 작업이나 목판화를 찍기 위해 원판을 제작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되는데 이러한 부분은 그의 작업에 있어서 특징적
           인 점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캔버스는 하나의 오브제화 된 물질처럼 느껴지게 되고 그 자체가 시각적 감각과 함께 촉각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매
           개체가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우주적 질서로서의 실체를 성경 내용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시각과 촉각으로 감각되고 전달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어내고자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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