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박현철 개인전 2024. 6. 15 – 7. 9 새문안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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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s(psalm 1)  mixed media on canvas  53.0x45.4cm  2024  logos(psalm23)  mixed media on canvas  53.0x45.4cm  2024



              그런데 성경에서 하나님의 말씀 로고스(Logos)로 연결시키는 것은 그 말에 내포된 의미가 “말씀이 하나님”이며 “천하 만물이 말씀으로부터 창
              조”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작가에게는 성경에 담겨 있는 텍스트를 대면하는 것이 자신이 신앙하는 신과의 만남이 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 같다. 즉 작가는 신적 실체를 전달하는 매개적 수단으로서 자신의 작업을 표현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작업을 수행
              하는 가운데 신에 대한 경험 자체를 작업 가운데 실현해 보고자 했던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으로 보면 작업 과정에서 작가가 일반
              적인 띄어쓰기 방식을 적용하여 텍스트를 배치하지 않고 똑같이 일정한 간격으로 자음과 모음을 균등하게 배치한 것 역시 음소의 차이를 드러
              내면서도 일정한 위치에 반복 배치하는 구조 자체가 자신의 작업이 일종의 수행과 같은 행위와 형식처럼 인식되도록 작업하고자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작가에게는 작업이 단순히 무엇인가를 그려내고 표현하는 행위라기 보다는 종교적 행위, 기도하는 행위와 같은 내적 의미가 있었음을
              짐작해 보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현철 작가에게 성경이라는 것은 단순히 어떤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는 텍스트로만 기능하는 것
              이 아니라 종교적, 미학적 맥락에서 볼 때 ‘숭고’로 지칭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어떤 세계를 향한 통로이자 그 세계 자체에 대한 경험의 장소
              가 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렇기에 작가는 결국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업을 통해 작가 자신이 경험하게 되었던 그 세계를 드러내 보여
              주면서 이제 관객들에게도 그 통로를 안내하고자 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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