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전시가이드 2024년 0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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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nament Tree, 130x130cm, oil on canvas, 2024      보푸라기, 100x100cm, oil on canvas, 2024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128가길 1, B1에 위치한 space xx에서 ‘감각의 단편선’이라는 주제로
                                          10월 12일부터 11월 2일까지 전은숙 개인전이 개최된다.
                                         다양한 플롯을 연결한 단편선과 같은 작품을 엿볼 수 있다.





            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돌담과 물기운, 텁텁한 이끼와 흙냄새가 느껴진다. 문      시작하면서다. 이후 K팝 가수들이 컴백할 때마다 유행처럼 댄스 챌린지를 이
            명화되지 않은 ‘자연내음’ 안에서 ‘덜 숙성된 진짜 자유’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    어가며 대중과의 접점을 늘렸고, 각종 밈과 역주행 인기곡을 띄우며 대중문
            이다. 두터운 마티에르의 그림들이 제주의 현무암을 연상시킨다면, 수채화 같       화 트랜드를 만들고 있다. 작가의 그림들은 틱톡문화의 직관처럼, 우리 시대
            은 유화에선 비오는 제주의 소리와 바다 냄새가 느껴진다.                 의 서사를 자연스럽게 스캔한다. 오늘의 시대가 보여주는 단편적인 서사 안에
                                                            서 진짜 스토리 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미술의 틱톡커 같은 전은숙의 에너지
            서울에서만 자란 작가와는 다른 자연을 문명과 연결한 작품들은 제주민화          는 불안한 시대마저 긍정으로 연결하는 매력을 장착했다. 추상같은 구상, 구
            가 주는 자연적 환경을 스미듯 연결한 느낌이다. 작가가 표현한 ‘녹는 점’이      상 같은 추상.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즉흥은 각 씬(Scene)에 따라 이어오는
            란 ‘-듐’으로 끝나는 재료액정(Liquid CrystalLCD-Liquid Crystal Display)으  편편의 이야기들을 담은 단편 모음집과 같다. 선입견을 벗어던지게 하는 작가
            로, 액체의 유동성과 고체의 결정이 규칙적인 분자 배열로 이어진 것이다. 실      의 캐릭터는 그림 안 모든 영역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재개발 아파트 앞 정
            제로 섞이고 움직이는 신기술의 절정에서 작가의 작품들은 글로벌 시장과 연        원에 핀 꽃에서조차 아름다움을 느낀다. 곧 사라질 장소에 대한 연민, 사람의
            결된다, 2020년 유니온 아트페어의 ‘파트너(社)인 삼성프레임 아트 스토어’에    손을 타지 않아 비로소 자연이 되는 도시 정원의 발견, 전은숙 작가만의 발상
            소개됐을 때, 가장 압도적인 인기를 받은 작가가 전은숙이었다. 실제 화면을       이자 사고체계다. 지나친 보살핌(혹은 과한 애정)으로 본질을 잃어가는 오늘
            연결한 모니터는 작가가 머금은 빛을 최대한 보여주는데, 코로나팬데믹 당시        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시선이다.
            ‘더프레임 유니온 아트페어’  테그 검색의 해외 지표에서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빛의 아우라를 머금은 전은숙의 기질은 오헨리가 언급한 ‘트위스트        도시화된 미술, 모더니티를 세련되게 입은 다양한 그림 속에서 전은숙의 내러
            엔딩(Twist ending)’과도 유사하다. 독자의 기대나 예상을 뒤엎고 결말을 역  티브는 독특하면서도 원초적인 눈이기에 더욱 우리를 사로잡는다. 작가의 작
            전시키는 역발상의 기법은 인위적이지 않지만 조화되는, 비정형 안에서도 정        업실에는 눈을 돌리는 곳마다 이야깃거리가 있고, 세상만사가 소재가 된 색감
            확한 색의 균형 속에서 ‘자기 장르화’라는 독특한 가지를 뻗어감을 시사한다.      들이 자리한다. 소재의 다양성에서 오는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 섬과 도시를
                                                            오가면 살아온 전은숙은 다른 어떤 작가보다도 본질을 포착하는 뛰어난 감각
            제주의 단편선_Short stories to feel, live, do         을 지녔다. 작가에게 보이는 탁월한 해학성(諧謔性)은 삶의 겉모습과 실제 모
                                                            습, 삶에서 기대하는 것과 그 결과 사이의 엄청난 괴리에 대한 ‘부조화’이기에
            작가의 언어는 오늘의 틱톡(TikTok) 문화를 연상시킨다. 틱톡이 대중적 플랫    더욱 빛을 발한다. 작가의 그림은 다양한 단편선이 모인 삶의 아이러니와 같
            폼으로 자리 잡은 것은 2020년 가수 지코가 자신의 곡 ‘아무노래’로 챌린지를    다. 잘 보이기 위한 서사가 아닌, 인간다운 언어를 색으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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