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공병_빛이스며든 나의 이야기 2025. 7. 16 – 7. 28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공 병의 작품세계

아크릴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창의적인 영감

신항섭(미술평론가)

미술의 진보는 언제나 상상을 자극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거기에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소재나 재료 그리고 새로운 표현
방법에 대한 선험적인 영감이 선행한다. 새로움에 대한 강렬한 욕망이 불같이 일어날 때 창작의 영감은 불현듯 현현한다. 새로운 재
료는 이전과 다른 접근방식을 요구하게 되고, 조형적인 사고는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시 말해 창작활동이란 우연의 결과가 아
니라 창작에의 순수한 열정이 창의적인 회로를 작동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생명력을 얻게 되는 작품은 어쩌면 기존

의 질서를 깨뜨리는 파격이 존재함으로써 그에 대한 외적인 저항 또한 필연적인지 모른다. 하지만 진실한 창작품은 그 모든 시련을 거
뜬히 이겨낸다.

공병이라는 작가의 출현은 한국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만하다. 그도 그럴 게 이전의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조

형의 미 그 순수한 아름다움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식이란 창작에 관한 한 비교 대상이 없는 독자적인
표현 방법을 말한다. 그가 찾아낸 새로운 방식의 표현은 우선 재료의 일반성, 즉 돌이나 나무 또는 철을 이용한 전통적인 조각과는 판
이한 재료인 현대산업의 부산물인 아크릴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처음으로 아크릴을 사용했다는 건 아니
다. 이 재료는 이미 많은 작가에 의해 거기에 숨겨진 조형적인 가능성에 관한 탐구 및 탐색이 있었다.

그런데도 그가 창작한 결과물을 보면 아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크릴이 가지고 있는 질료로서의 성격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
고 있기에 그렇다. 아크릴판은 단지 산업적인 용도로 제작된 석유화학 물질이다. 하지만 아크릴은 예술가들에 의해 전혀 다른 용도로
변환한다. 아크릴이 현대조각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질료로서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시작됐다. 아크릴이 예술창작

의 영감을 제공함으로써, 예술적 상상이 도달할 수 있는 초월적인 조형미를 구현하는 데서 질료로서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아크릴판
에 예술적인 꿈을 불어넣음으로써 산업 재료가 돌연 드넓은 예술창작의 세계로 그 용도를 확장하게 된다. 그는 산업 재료에 불과한 아
크릴판에 예술 표현에 관한 무한한 자유를 부여한 것이다.

아크릴판을 파내고 깎아내는 과정에서 질료로서의 가치를 부여지만, 그 외형적인 변화는 없다. 다만 아크릴이라는 물질로서의 성질,
즉 물성의 변화 없이 조형미의 영역에 들어서게 되었다. 아크릴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질료로서의 가치를 의식하지 않는다. 다
만 산업 재료일 뿐이라는 목적성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도구를 이용하여 깎거나 파내는 순간 질료로서의 가치가 살아나
고 예술적인 재료로서의 가능성을 꿈꾸게 된다.

그의 작업에 숨겨진 질료의 가치란 조각도나 전동 공구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 회화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예술로서의 변
환은 꿈조차 꾸지 않았던 산업 재료가 예술의 영혼을 열어놓음으로써 또 다른 형태의 조형미를 경험하게 해준 셈이다.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이미지, 즉 예리한 조각도와 전동 공구로 깎아내거나 파낸 흔적으로서의 다양한 패턴은 확실히 새로운 경험이다.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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