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공병_빛이스며든 나의 이야기 2025. 7. 16 – 7. 28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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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다. 파내고 깎인 형태에 따라 다양한 시각적인 이미지와 패턴이 결정된다. 빛의 각도에 따라 시각적인 이미지가 변하는가 하면, 깎
                 이거나 패인 모양에 따라 빛의 양이 결정되고, 빛을 흡수하는 양이 많으면 시각적으로 풍성해진다. 또한 빛이 닿는 면적의 크기에 따
                 라 빛의 밝기가 달라진다. 깎이거나 파인 곳이 평면 또는 원형이면 빛의 양이 증가하여 밝은 빛을 발산한다. 이러한 여러 조건을 염두
                 에 두고 작업한다.        깎이거나 패인 자국이 조밀하고 그 숫자가 많아질수록 작품으로서의 이미지는 거대하게 다가온다. 조각된 자

                 국이 지어내는 물리적인 조밀함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집적의 미를 실현한다. 작고 조밀한 자국들이 모여 거대한 이미지로 보이
                 도록 하는 건 그 중심에서 보고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특히 중심점을 가지는 방사형 이미지, 즉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작은 자국
                 들의 집적으로 인해 만들어진 원형의 형상은 무한한 공간을 향한 확장성을 가지는 까닭이다.



                 패이거나 깎인 자국이 작으면 작을수록 역설적으로 그 존재감이 커지는 듯한 느낌은 그의 작업만이 가지고 있는 조형의 마법이다. 이
                 미지가 작고 집적이 클수록 작업에서 느끼는 거대한 존재감은, 무수한 별의 집적으로 이루어진 은하에서 받아들이는 집합의 아름다움
                 과도 같다. 작은 별들의 집합임에도 거대한 은하를 형성하는 놀라운 기적과 같은 논리가 그의 작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는 여기에
                 서 그치지 않고 조형적인 상상력을 더욱 부추긴다. 그리하여 마침내 회화적인 영역으로 들어선다. 어쩌면 아크릴판 작업의 시작은 회

                 화적인 표현의 조각이라는 목표를 겨냥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에는 산업 재료인 자동차 도료와 특수페인트를 사용하여 평면 회화에 근사한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척한다. 깎
                 아내거나 파낸 이들을 물감을 덮는가 하면, 아크릴판에 물감을 도포하고 깎아내거나 파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로써 투명한 아크

                 릴판은 돌연 화려한 색채이미지로 포장된다. 그런가 하면 물감으로 특정의 패턴 또는 자유로운 이미지 그려놓은 뒤 그 위에 파거나 깎
                 아내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에 덧붙여 물감이 덮인 아크릴판을 그라인더로 갈아내 원하는 패턴을 얻는다. 이로써 짐짓 화려하고 풍부
                 한 시각적인 이미지가 나오는데, 아크릴판 뒷면에서 보는 시각적인 이미지는 투명성으로 선명하고 쾌적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자동차
                 도료와 특수페인트가 가지고 있는 발색의 화려함과 견고한 착색은 기존의 그림물감과는 다른 시각적인 쾌감을 준다.



                 아크릴판의 형질 변화 없이 파내고 깎아내는 조각적인 형태미와 달리, 물감이 지어내는 풍요로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바라보는
                 또 다른 형태의 조형미라고 할 수 있다. 투명한 재질을 통해 보는 색채 및 추상적인 이미지는 미적 쾌감을 자극한다. 이는 캔버스에서
                 이루어지는 색채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순수한 자동차 도료와 특수페인트가 지닌 아름다움에의 반응이다. 이들 산업 재료인 특수한 물

                 감이라는 물질적인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 방식이기에 그렇다. 아무튼 그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으나 현재의 작업만
                 으로도 현대미술의 한 영역을 빛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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