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전시가이드 2021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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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낙화 the falling of blossome, 97×145cm, oil on organza with canvas, 2021
작가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허문다.
추상과 구상의 차이와 다름에 대한 선입견을 흔들어놓으면서 재정의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기에 그 재정의를 촉발하는 또 다른 장치가 있다. 바로 가장자리가 없다.
작가의 물 그림에는 경계가 없고 가장자리가 없다.
이란 점에서, 감각적 추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 작가는 캔버스에 물 그림을 그리고, 오간자 천으로 캔버스 전면을 덧
여기서 작가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허문다. 추상과 구상의 차이와 씌운다. 오간자 천으로 덧씌우고 다시 그 위에 덧그리기를 수 차례 반복하는
다름에 대한 선입견을 흔들어놓으면서 재정의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기에 그 데, 그렇게 형상을 드러내고 지우기를 거듭한다. 물이 수면에 불러들인 소재
재정의를 촉발하는 또 다른 장치가 있다. 바로 가장자리가 없다. 작가의 물 그 들의 실재를 드러내면서 지우기를 반복한다. 드러내면서 지우기, 드러내면서
림에는 경계가 없고 가장자리가 없다. 다만 풀사이즈로 잡아낸 물이 있고, 화 가리기, 소환하면서 해체하기, 긍정하면서 부정하기를 거듭한다. 바로 물의 이
면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물이 있을 뿐. 그렇게 가장자리가 지워진, 관계의 풍 중성이며 양면성을 표현하는 방법이고 과정이다.
경에서 잘려져 나온 물 그림이 심연처럼 가없고, 아득하고, 막막하다. 구상이
뭔가. 구상은 어떻게 지각되는가. 바로 자기와는 다른 어떤 것, 이를테면 빛과 그렇게 그림이 큰 물결을 만들고, 중첩된 오간자 천이 작은 물결을 만든다. 그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숲과의 관계와 비교로 인해 물은 비로소 물로 지각된 렇게 큰 물결과 작은 물결이 중첩되면서 물결무늬가 겹쳐 보이고, 마치 그림
다. 물결에 의해서 바람을 지각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 그렇게 작가의 그림 속 수면이 일렁이는 것 같은 일루전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그림이 겹쳐 보이
속엔 비록 빛이, 하늘이, 구름이, 나무가, 숲이 들어와 있음에도 사실은 전혀 그 는 것 같은, 그림이 흔들려 보이는 것 같은, 그러므로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환
림의 구상성을 담보해주지 못한다. 영의 경계를 허물면서 넘나드는 것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여기에 물의 이중성이며 양면성(형상을 구축하면서 해체하는)을 강화 바로, 물을 쳐다볼 때,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분위기다. 그렇게 작가
하는 또 다른 장치가 있다. 빛의 간섭현상에 의한 모아레 효과가 그것이다. 천 는 물을 보면서, 사실은 물과 함께 흐르는, 흩어지고 모이는, 붙잡히면서 잡히
중에는 유독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천이 있는데, 오간자 천(일명 노방 천)이 지 않는, 어쩌면, 자기 자신을, 자기_타자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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