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상상속의로의 여행 2025. 5. 27 – 7. 20 권숙자 안젤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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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명교수 평론
‘상상 속으로의 여행’을 통한 조형적 모색
김 광 명(숭실대 명예교수, 미학 / 예술철학)
이번 전시는 국제현대미술관(영월, 관장 박찬갑)과 권숙자 안젤리미술관(용인, 관장 권숙자)이 매칭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주
최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의 2025년 지역전시 활성화 공모사업의 ‘미술관 콘텐츠 활용 지역전시’ 부문에 선정된 일환으
로 권숙자 안젤리미술관(전시기간 : 2025.05.27.∼07.20.)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예술창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무엇보
다도 ‘상상’의 힘이다. 따라서 시공간을 넘어 새로움을 체험하는 ‘상상 속으로의 여행’을 조형화한 작업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하
겠다. 여기에 조각가 박찬갑이 <나는 누구인가?>의 정체성을 인간실존의 관점에서 다룬 조각 및 설치작품, 한지판화 100여 점
을 비롯하여 작가 권숙자의 ‘자연과 인간’에 대한 미적 정서와 사유를 담은 작품을 전시한다. 또한 국제현대미술관 소장품 가운
데 국외의 33개국 45명 작가의 작품과 함께 국내작가 17명의 작품을 엄선하여 선보인다. 각국을 대표할만한 작가들로 이디오
피아의 미카엘 베테-셀라시에(Mickaël Bethe-Selassié), 베네즈엘라의 아스드루발 콜메나레즈(Asdrúbal Colmenárez), 멕시코
의 테드 카라스코(Ted Carrasco), 이탈리아의 마우로 스타치올리(Mauro Staccioli), 프랑스의 장-클로드 랑베르 Jean-Claude
Lambert), 폴란드의 첸스라프 포델스니(Czenslaw Podelsny) 등이 있다. 국내 대표적 작가로는 전뢰진, 민복진, 홍성문의 작품
이 있으며, 영월과 용인지역 초대작가로는 권숙자, 정순화, 유지나, 이상복의 작품이 있다. 이들 작가들은 여러 다양한 소재를 택
해 작가정신과 시대정신에 적합한 주제를 표방하면서 우리에게 ‘상상 속의 여행’을 권유하고 있다.
미적 자유와 상상력은 ‘상상 속’을 산책하고 여행하며 예술작품을 창조해 내는 원동력이다. 예술은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 현재
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상상력은 보이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도록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상상력은 인간의 인
식 활동에 있어서 원초적이며 인간 사유의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상상력은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우리의 인식을 확장하여 불가
능을 가능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인다. 상상의 세계는 늘 역동적이고 다원적이다. 그리하여 예술적 상상력은 구체적으로 지각하
거나 경험할 수 없는 내용까지도 표현한다. 작가는 예술작품을 통해 ‘상상 속으로 여행’을 가능하게 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어 놓
는다. 작품에서 우리는 기존의 일상적 삶을 넘어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새롭게 향유하며 체험한다. 그리하여 작가는 일상의 삶과
자연의 소재로부터 소재본연의 본질을 깨닫고 감춰진 의미를 물으며 우리 삶과 맺고 있는 특유한 연관관계를 묻게 된다. 이는 우
리가 작가의 예술세계에서 찾고 추구하는 바람직한 가능성의 세계이기도 하다. 열린 세계로서의 예술작품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
들을 체험하게 하고 나아가 기억하게 한다.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나 『논어』의 ‘유어예(遊於藝)’에서 보듯, ‘상상 속으로의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인 놀이의 본질
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노니는 것이다. 놀이란 하나의 견고한 세계의 중심에서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을 이
용하여 자신이 속한 세계를 무한히 확장하여 다양한 외부세계에 이르게 한다. 현재는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하는 동시에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예상하고 기대하는 지점이다. 시간이란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 향해 흘러가는 끝없는 흐름
으로서 역동적인 운동과도 관련되는 바, 운동은 현상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생성과 성장, 소멸의 과정에 어김없이 관계한다.
이는 생명이 놀이하며 태동하는 시간이다. 예술창조의 공간을 채워주는, 놀이하는 시간은 자기 긍정과 자기 생산 및 자기표현의
순간인 것이다. 이는 놀이하는 중에, 그리고 놀이 자체로부터 오는 상상력에 근거하여 가능한 ‘놀이적 상상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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