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상상속의로의 여행 2025. 5. 27 – 7. 20 권숙자 안젤리미술관
        P. 21
     이때 지각하는 눈보다 내면세계의 정신적 상상력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술에서의 놀이는 단지 놀이 자체에 그치지 않고
                 미적 이념에로 고양되면서 의미 내용을 갖게 된다. 놀이의 본질은 놀이하는 자의 자기표현이며, 예술작품 자체의 존재양식인 까
                 닭이다. 살아있음은 놀이의 본성이다. 놀이충동은 이런 계기를 마련하는 미적·예술적 활동의 토대를 이룬다. 놀이는 삶의 독특하
                 고도 의미 있는 형식으로 표출된다. 인간 사회를 추동하는, 중요한 원형적(原形的) 행위에는 처음부터 놀이욕구가 스며들어 있
                 다. 놀이는 문화를 이끄는 동인(動因)으로서 우리는 놀이할 때 비로소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상상력에 바탕한 놀이는 작품을 통해 구체적 인간 삶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것은 구체적 체험 속에서의 수행으로서 자기 파악,
                 자기 이해를 위한 인간실천이다. 놀이하는 자의 정체성은 놀이하는 자에게 있으며 놀이의 즐거움으로 담보된다. 놀이는 ‘살아 있
                 는 현재’에서 일어나며, 시간과 공간을 구성하고 변형하기 위한 주체의 가능성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놀이는 세계 안에서의 위상
                 을 드러낸다. 삶의 핵심으로부터 태동하는 놀이는 삶을 이끌어가는 중심이 된다. 놀이는 인간과 존재 사이의 대화를 통해 일어난
                 다. 진지한 놀이에의 몰입은 주체와 객체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이전으로 돌아가 주와 객이 하나되게 한다. 놀이의 존재방식은
                 자기표현이며, 그것은 자연의 어떤 보편적인 존재측면을 드러낸다. 이는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가 공유하는 특성이다.
                 예술에 대한 안목은 삶의 주변을 바라보는 안목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다. 달리 말하면, 예술을 통해 삶을 보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의 지평을 넓히고 대상을 바라보는 높낮이와 깊이를 적절히 조절하면 아름다움은 여러 모습으로 어디
                 에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창조한다고 말하기보다는 발견한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따라서 아름다움을 찾는
                 우리의 시지각과 더불어 미적 안목이 중요하다. 예술가의 임무는 형식에 지배되기보다는 ‘내용에 적합한 형식’을 새롭게 만드는
                 데 있다. 본질적으로 주어진 내용에 적절한 형식을 덧입혀 예술을 창작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대상의 외형을 단지 포착하는 데 그
                 치지 않고, 그 형태에 내재된 정신을 시각적으로 옮기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재된 정신을 옮기는 과정이요, 발견하는 과정인 것
                 이다.
                 우리 미의식은 자연의 섭리와 맞닿아 있으며, 무한한 욕망과 욕구를 절제하고 단순화하는 데에 있다. 그것이 곧 참 자유이며 바
                 람직한 인간 생존의 길이다. 자연친화적이요 생태학적 예술가라면 무(無)로부터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有)의 한계를
                 깨닫고 이를 벗어나 다시금 무(無)를 찾아가는 작업에 우리의 상상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가 위대한 창조의 출발이요, 충만함이다. 무릇 자연 안의 모든 생명으로부터 창조는 시작된다. 그리고 신의 형상이 가장
                 장엄하게 드러나는 곳은 바로 인간이다. 작가의 고유한 조형언어는 우리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내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
                 거니와 무궁한 상상 속으로 안내한다. 하나의 의미 있는 세계를 구성하는 데 있어 ‘예술의지와 작가의식’에 대한 물음은 매우 중
                 요함에도 불구하고 해체와 융합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예술의 상황에서 점차 잊혀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의미와 무의미가
                 혼재된 애매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정체성을 물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자신에게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묻는 의미
                 존재이기 때문이다.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