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샘가 26.1-2
P. 42
어둠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하루의 빛이 스러지면
모든 색은 그림자를 찾아
고요히 눈을 감고
붉은 노을은 말을 잃고
파란 하늘은 긴 숨을 삼키며
빛의 기억을 접으며
어둠이 내려앉고서야
색은 비로소 깊어지고
밤은 빛의 고향이 됩니다.
창가의 그림자 눕고
거리의 불빛마저 잠들면
세상은 고요의 품에 안기고
그 침묵 속에서 색들은
긴 밤이 터널처럼 깊어도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그 끝에서 미세한 떨림으로
한 숨결로 흐르며
새로운 색은 눈을 뜨고
빛은 새벽을 꿈꾸고
빛이 사라지면
색은 어둠 속에서 익으며
모든 색은 어둠에 녹지만
제 안의 빛을 배웁니다.
그 어둠이 빛을 잉태하리니
색은 빛의 아이가 되어
아침이 당도하면 세상은 다시
선명한 형태로 제 이름을 얻습니다.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