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양상철 개인전 2024. 11. 12 – 25. 2. 23 제주돌문화공원내 오백장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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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陰 金尙憲 漢拏山詩 壯觀篇 청음 김상헌 한라산시 장관편 披霞還憩息(피하환계식) 안개를 헤치고 잠깐 쉬도다
柱極陷成凹(주극함성요) 주극이 함몰되어 움푹하게 패어있고
漢拏何雄哉(한라하웅재) 한라산은 어찌하여 이렇게도 웅장하던가? 屛岩勢如削(병암세여삭) 병풍바위 형세는 깍은 듯만 하여라
千年鎭南軸(천년진남축) 천년을 내려오며 남쪽의 축대를 지켰네 云昔小虞人(운석소우인) 옛적 숲 지키는 우인이 있었는데
厚根壓巨鰲(후근압거오) 뿌리가 두터우니 거오를 눌렀고 張弧觸天腹(장호촉천복) 활 끝으로 하늘의 배를 건드려
高處磨朱雀(고처마주작) 높은 봉우리는 주작에 닿았도다 上帝赫然怒(상제혁연노) 옥황상제가 대단히 진노하사
域內衆名山(역내중명산) 이 나라 영역 안에 많은 명산들 중에 靴尖蹋一角(화첨답일각) 가죽신 끝으로 한 귀퉁이 밟으셨네
誰爲仲與伯(수위중여백) 어느 것이 형이 되고 아우됨을 가리기 어려워라 崩頹任顚倒(붕퇴임전도) 우르르쿵쾅 무너지고 뒹구르니
在南有頭流(재남유두류) 남쪽에는 두류산이 유명하고 百里走亂石(백리주란석) 백리에 크고 작은 돌들이 널렸도다
在北有長白(재북유장백) 북쪽에는 장백산이 유명하네 孤高尙千仞(고고상천인) 높고 높아 천 길이나 되는 데서
金剛及妙香(금강급묘향) 금강산과 묘향산이 있으나 指點見騰擲(지점견등척) 돌을 자꾸 던지는 걸 볼 수 있다하네
奇秀不敢獨(기수불감독) 기이하고 빼어남을 독차지는 못하리라 山僧飽奇談(산승포기담) 산승은 기이한 얘기 많이도 알고 있어
自古稱瀛洲(자고칭영주) 예부터 영주라고 불려오는 이곳은 一行共嘖嘖(일행공책책) 일행은 모두 다 감탄하네
神仙之所宅(신선지소택) 신선이 집 짓고서 살아온 곳이어서 盥水白鹿潭(반수백록담) 백록담 맑은 물에 깨끗이 손을 씻고
山經屢聞見(산경누문경) 누누히 산해경서 듣고 보아 왔고 前跪黃華席(전궤황화석) 들국화 깔린 자리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서
職方偶遺錄(직방우유록) 이따금 태수들이 기록을 남겨왔네 瑤壇簇雲車(요단족운거) 신선이 사는 단에 운거를 모으니
曾無穆王轍(증무목왕철) 일찍이 주목왕의 지나간 자취 없건만 怳惚成良覿(황홀성량적) 황홀하게 신선들의 좋은 모임 이루었네
況到謝公屐(황도사공극) 하물며 사영운이 이 산을 올랐을까? 觸影颺鑪香(촉영양로향) 촛불 그림자와 향로의 향 바람에 날리는데
靈神儼守護(영신엄수호) 영험스런 신령이 엄연히 수호하니 仙樂淹笙鶴(선악엄생학) 신선의 풍악소리에 생학이 머무르는 듯
凡骨窺不得(범골규불득) 속인들은 감히 엿보지도 못하리라 須臾天地明(수유천지명) 잠깐 동안에 천지가 밝아지니
四時雲霧深(사시운무심) 사시에 구름과 안개가 깊이 쌓여있고 火輪昇虛碧(소윤승허벽) 태양은 푸른 하늘 위로 떠오르네
秋晴出半額(추청출반액) 가을날 그 꼭대기가 반쯤만 보인다네 勝遊難可再(승유난가재) 이렇게 좋은 유람 다시하기 어려우니
我辭玉皇安(아사옥황안) 이 몸이 옥황님의 안전을 하직하고 奇賞恣登陟(기상자등척) 좋은 경치 감상하러 산 위로 올라서네
先驅戒海若(선구계해약) 바다 귀신을 징계하려 앞서서 달려왔네 捫崖出嶺罅(문애출령하) 벼랑을 더듬고 봉우리 틈을 나와
天風送一颿(천풍송일범) 천풍이 한 조각 돛단배를 보내주니 依石送遠目(의석송원목) 돌에 기대서서 먼 곳을 바라보니
高浪視平陸(고랑시편육) 드높은 물결도 평지처럼 여기더니 茫茫天海間(망망천해간) 망망하기 그지없는 하늘과 바다는
祥雲擁芝檢(상운옹지검) 상서로운 구름은 조서를 옹위하여 四顧渾無極(사고혼무극) 사방을 돌아봐도 혼연히 끝이 없네
導向頭無岳(도향두무악) 두무악 꼭대기로 인도하여 주었도다 鯨奔不覺小(경분불각소) 고래가 치달려도 작은 줄 모르겠고
山中何所有(산중하소유) 산 속에 무엇이 있는가를 묻는다면 鵬起無論隘(붕기무론애) 붕새가 일어나도 좁다고는 못하겠네
紫檀與赤木(자단여적목) 자단나무와 적율목이라 日脚漏元氣(일각누원기) 옮기는 해 그림자 원기가 새어 나올 뿐
密竹覆線路(밀죽복선로) 빽빽한 조릿대는 실낱 길을 덮고 있고 虛無迷指摘(허무미지적) 허무하게 텅 비어 지적할 곳이 없네
天荒纔一尺(천황재일척) 넓은 하늘과 땅 사이는 한 자 남짓한 듯 却訝造化鑪(각아조화로) 문득 만물을 만드는 화로에
是時秋之末(시시추지미) 때는 바야흐로 늦은 가을 鎔金灌四瀆(용금관사독) 쇠를 녹여서 온 강물에다 흐르게 할 것인지
紅葉霜初着(홍엽상초착) 서리 맞은 잎은 붉어지기 시작하네 凝神北望久(응신북망구) 정신 차려 오래도록 북쪽을 바라봐도
淸泉引渴人(청천인갈인) 맑은 샘물 떠 마시어 갈증을 달래니 眼中失鄕國(안중실향국) 두 눈 가운데 고향은 안보이네
照映皆發赤(조영개발적) 저녁 햇살에 모든 것이 붉도다 時時見毫末(시시견호말) 때때로 무엇인가 털끝처럼 보이는데
崎嶇躡危磴(기구섭위등) 꼬불꼬불 위태로운 돌계단을 올라서 無等微如粟(무등미여속) 무등산이 작기가 좁쌀만 하고
偃蹇臨絶壑(엄건임절학) 높이 솟은 절벽에 이르렀다. 依俙明月浦(의희명월포) 가까이 명월포도 희미하게 보이고
行行至日斜(행행지일사) 가고 또 가니 해가 저물어 出沒龍巖曲(출몰용암곡) 용두암도 보일 듯 말듯 하는구나
最高峯下宿(최고봉하숙) 최고봉 그 아래서 야숙을 하였도다 平生井幹蛙(평생정간와) 평생을 우물가의 개구리 되었다가
浮嵐乍起滅(부람사기멸) 떠다니는 아지랑이 일었다 사라지고 今日冲霄鵠(금일충소혹) 오늘에야 하늘의 큰 고니 된듯하네
暝色生邃谷(명색생수곡) 깊은 골짜기에 어둔 빛이 감돈다 錯愕心魂驚(착악심혼경) 당황하고 놀라워서 심혼이 떨리는데
淸飇俄西來(청표아서래) 맑은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오니 逡巡思返足(준순사반족) 머뭇머뭇 거리면서 돌아갈 길 생각하네
天宇增肅穆(천우증숙목) 하늘과 우주는 더욱 엄숙하여라 歸來了一夢(귀래료일몽) 돌아오니 꿈을 한번 꾼 것 같고
積陰捲海面(적음권해면) 쌓인 구름이 해면에서 걷히니 倏忽疑夙昔(숙홀의숙석) 갑자기 옛날 일이 아니었나 의심하네
山容淨如沐(산용정여목) 산들의 모습은 씻은 듯 깨끗하네 衰容覺再丹(쇠용각재단) 시들은 얼굴이 다시금 붉어지고
安知衡嶽雪(안지형악운) 어찌 알리요 형산의 구름이 華髮看重綠(화발간중녹) 흰 머리는 또 다시 검은 머리 되어진 듯
感通由正直(감통유정직) 정직함을 알고서 감통할 줄이야. 倘無三生緣(당무삼생연) 진실로 삼생의 인연이 없었다면
三更明月出(삼경명월출) 삼경에 밝은 달이 떠올라서 安能托塵跡(안능탁진적) 어찌 티끌을 밟던 몸을 의탁할 수 있었으랴
萬里同一色(만리동일색) 만 리 밖을 바라보니 모두가 한 빛이라 仍題壯觀篇(잉제장관편) 이에 장관편 글을 지어
攝衣更凌危(섭의갱능위) 옷자락 걷고서 다시 위태로운 곳 올라서 寄謝羽衣客(기사우의객) 고맙다는 뜻으로 신선에게 부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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