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전시가이드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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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겨자씨의 꿈, 162.2×112.1, Mixed media on canvas, 2021
2022. 5. 9 – 5. 13 예송미술관 (T.02-2147-3579, 송파 구민회관)
바람결 생명나무 김예령 작가에게 있어서의 자연대상은 사생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지성의 영역이다.
나아가 영적영역에 해당한다. 창조주의 피조물들은 예술가들에게 늘 경이로움의
김예령 초대전 대상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움직임이 아름답고, 하늘을 나는 새도
경이롭다. 아이와 함께하는 강아지조차도 충분히 놀라운 존재다. 그는 우리가 감았던
눈을 뜨길 원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요청한다. 저 하늘을 나는 새를 바라보자. 저
글 : 감윤조(예술의전당 수석 큐레이터) 한그루의 나무, 저 뛰노는 아이에게도 눈길 한 번 주자. 그의 작품을 유심히 살펴보면
아기자기한 삶의 파편들이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삶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이야기꾼이 되었다. 그는 잠시 앉아서 여기를 바라보라고 권유한다. 저 작은 피조물에
김예령 작가의 예술적 촉수는 어디를 향해 있을까? 그의 작업은 자연의 구조적 질서에 대한 경이로움에 감사하자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작품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집중하지 않는다. 그가 선택한 것은 아동화 같은 단순성이다. 대개 사물을 단순화한 그는 캔버스에 채색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마티에르를 만들어내었다. 평면회화에서
작품 앞에 마주한 독자는 그 속에 담긴 함의를 읽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김예령 일종의 오브제로 기능하는 도자는 그 두께로 인해요철을 형성시킨다. 페인팅된 영역과
작가의 그 과정이 지루하거나 어렵게 다가오지 않는다. 친근하기 때문이다. 진부할 수 오브제의 조합은 촉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도자는 유약 때문에 빛을 반사하게 되는데,
있는 소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화가의 몫이다 김예령 작가는 우리 주변 익숙한 이 점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응시의 시간을 만들어 준다. 이와 함께 그가 사용하는 겔
풍경을 왜 불러내었을까? 김예령 작가는 사람들이 눈감아 온 감성을 회복하고자 미디엄은 도자오브제와 함께 병치되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이 미디엄은 약간 거친
말한다. 우리의 삶을 재발견하자고 제안한다. 방법적으로 그는 자신의 일상적 요소를 입자를 가지고 있는데, 건조 후에는 고체 상태로 굳어지는 재료다. 탄성과 견고성을
수집했다. 자질한 일상들이 모여 인격체를 이루듯이 사소한 주변을 결합시켜 작품으로 가지고 있어서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어가는 데도 유리하다. 특히 도자 못지않게 두께
연결시켜내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작업은 어쩌면 인생의 변곡점들을 지난 화가에게만 감을 줄 수 있는 것은 제작자에게서는 큰 장점이다. 그의 미디엄은 도자 오브제와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파노라마처럼 자나가는 자신만의 풍경이기에 의미가 더 크다고 달리 채색으로 마감된다. 새, 나뭇잎, 꽃잎, 아이들, 마을과 교회와 자전거, 강아지
하겠다. 형태는 공히 이 미디엄을 활용한다. 무광의 미디엄과 유광의 도자오브제, 화면에는 이
두가지 물질이 대조를 이루어 시각적 유희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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