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전시가이드 2024년 07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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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ds( genesis 1/2/1-3) 130x162cm  mixed media on canvas  2024


            사물이 되게 하는 형식”이라고 되어 있다. 이 우주 만물의 보편 원리이자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작가에게는 성경에 담겨
            형식이라는 것이 기독교인들에게는 하나님이었던 것이며 작가는 그러한            있는 텍스트를 대면하는 것이 자신이 신앙하는 신과의 만남이 될 수 있다고
            하나님을  구체적  형상  대신  로고스  즉  성경  내용을  담아낸  텍스트로   보았던 것 같다. 즉 작가는 신적 실체를 전달하는 매개적 수단으로서 자신의
            구현해내려 했던 것이다.                                   작업을 표현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는 가운데 신에
                                                            대한 경험 자체를 작업 가운데 실현해 보고자 했던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작업을  살펴보면  작가는  성경  내용을  서술하는  것  이전에  이    그러한 관점으로 보면 작업 과정에서 작가가 일반적인 띄어쓰기 방식을
            텍스트들을  화면에  질서  있게  배치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의  작업을       적용하여 텍스트를 배치하지 않고 똑같이 일정한 간격으로 자음과 모음을
            시작하고자 했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작가는 어떠한 색채의 변화나         균등하게 배치한 것 역시 음소의 차이를 드러내면서도 일정한 위치에 반복
            명암의 변화를 최대한 절제시킨 화면을 보여주게 되는데 여기에는 두툼한          배치하는 구조 자체가 자신의 작업이 일종의 수행과 같은 행위와 형식처럼
            두께의 텍스트들만 드러나 보이는 상태에서 작가는 화면 전체를 하나의           인식되도록 작업하고자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색조로 통일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풀어내는 것을 보게 된다. 이는 마치
            조각 작품 중 부조 작업이나 목판화를 찍기 위해 원판을 제작해 놓은 것         이처럼  작가에게는  작업이  단순히  무엇인가를  그려내고  표현하는
            같은 느낌을 주게 되는데 이러한 부분은 그의 작업에 있어서 특징적인           행위라기 보다는 종교적 행위, 기도하는 행위와 같은 내적 의미가 있었음을
            점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캔버스는 하나의 오브제화 된 물질처럼 느껴지게        짐작해 보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현철 작가에게 성경이라는
            되고 그 자체가 시각적 감각과 함께 촉각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매개체가          것은  단순히  어떤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는  텍스트로만  기능하는  것이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우주적 질서로서의 실체를 성경 내용을         아니라 종교적, 미학적 맥락에서 볼 때 ‘숭고’로 지칭될 수 있을 것으로
            통해서만이 아니라 시각과 촉각으로 감각되고 전달될 수 있는 매개체를           보이는 어떤 세계를 향한 통로이자 그 세계 자체에 대한 경험의 장소가
            만들어내고자 하였던 것이다.                                 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렇기에 작가는 결국 이번 전시에서 그의
            그런데  성경에서  하나님의  말씀  로고스(Logos)로  연결시키는  것은  그   작업을 통해 작가 자신이 경험하게 되었던 그 세계를 드러내 보여주면서
            말에 내포된 의미가 “말씀이 하나님”이며 “천하 만물이 말씀으로부터 창조”       이제 관객들에게도 그 통로를 안내하고자 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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