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샘가 20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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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 있는 일곱 인으로 봉한 두루마리를 펼 자가 없습니
            다. 이 두루마리는 자격을 갖춘 존재만이 취하여 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
            한은 깊이 절망하며 웁니다. 하지만 이 때 죽임을 당한 어린 양, 예수님이 봉인된 두
            루마리를 취하십니다.

              펼 자가 없으므로 울다(1-4) 요한은 하나님의 보좌에 들린 두루마리를 봅니다. 일반
            적인 두루마리는 한 면만 기록되어 있지만, 이 두루마리는 양면에 기록되어 있습니
            다. 그만큼 그 안에는 하나님의 깊은 뜻과 계획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두루마리에는 일곱 개의 인이 찍혀 있어 함부로 열 수 없습니다. 이때 한 힘 있는 천
            사가 외칩니다. “누가 두루마리를 펴며 그 인을 떼기에 합당하냐” 이 외침은 어떤 피
            조물도 두루마리를 펴기에 합당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 절망 앞에 요한은
            눈물을 쏟습니다. 단지 감정적인 눈물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구속의 계획이 멈추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인류의 소망이 닫혀버릴지도 모른다는 깊은 절망에서
            터져 나오는 통곡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의 문제와 세상
            의 악 앞에서 인간은 아무 답도 내놓을 수 없습니다.

              울지 말라(5-7) 절망하며 울던 요한에게 한 장로가 다가와 위로합니다. 유대 지파의
            사자, 다윗의 뿌리가 이겼다고 말해 줍니다. 그리고 바로 그가 그 두루마리를 펼 자
            격이 있다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언급된 유대 지파의 사자는 창세기 49장에서, 다윗
            의 뿌리는 이사야 11장에서 예언된 메시야적 호칭입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가
            리킵니다. 그런데 요한이 기대했던 강력한 사자, 위엄 있는 군주의 모습 대신, 요한
            의 눈에 들어온 것은 죽임을 당한 것 같은 어린 양이었습니다. 그 어린 양은 일곱 뿔
            과 일곱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이 어린 양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승리하신 강력한 왕, 십자가를 통해 사탄을 꺾으신 통치자 예수 그리스도이십
            니다. 그분은 죽임을 당하셨으나 다시 살아나셨고, 보좌 앞으로 나아가 하나님의 손
            에서 두루마리를 취하십니다. 이제 하나님의 구속의 계획이 예수님을 통해 펼쳐지
            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인을 떼기에 합당하신 이유는 단 하나,
            예수님이 승리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승리는 무력이나 정치적 권력이 아니라, 자기
            를 내어주는 희생,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통한 사랑의 승리였습니다.

               당신도 절망 앞에서 울지만,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인생과
            역사의 참된 해답이신 것을 믿고 소망해야 합니다.




             성경은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하라’고 가르칩니다(약 1:19). 말보다 듣는 마음이 먼저일 때,
             우리는 지혜롭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자기주장을 앞세우기보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사랑의 시
             작입니다. 모든 말에 반응할 필요는 없으며, 이해와 공감으로 곁에 있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잘 들어줄 때, 하나님께서도 우리의 마음을 기쁘게 보십니다. 침묵 속에서 주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고, 말보다는 삶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삶은 우리를 참된 친구이자 주님의 도구로 만
             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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