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가지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여전히
세월이 흘러도
계절은 은퇴하지 않고
가을은
시계추처럼 찾아와
잎사귀에 정년을 걸어 놓으며
저마다 깊어진 색으로
단풍은 바람 속에서 춤추고
지나온 긴 사연을 노래합니다.
저무는 햇살에
아름다움이 무너지면
나무는 홀로 서고
바람은 텅 빈 가지로
가지 끝에 매달린 차가움의 무게는
외로움을 달래며 더 견디기 힘들지만
겨울이 아무리 혹독해도 나무는
계절은 은퇴하지 않음을 빈 가지여서
쉼 없이 속삭여 줍니다. 겨울을 견디며
잎을
내려놓아서
다시 봄으로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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