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샘가 2022년 11-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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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임종

               가을비에 가을은 죽습니다.


               흘러가는
               바람
               서운해 하지 않고

               찬바람에
               눈물 흘리지 않던
               가을 나무는


               가을비에 눈물을 흘립니다.

               한여름
               폭우도
               서럽지 않고

               긴긴 장마에도
               그렇게 통곡하지 않았는데
               가을 나무는
                                            모진
               가을비에 삶의 무장을 해제합니다.
                                            가뭄에도
                                            잎을 내주지 않고


                                            세찬
                                            강풍에도 손 놓지 않았는데
                                            가을 나무는 가을비에

                                            통곡하며 입관식을 치릅니다.

                                            가을비에 가을은 죽습니다.

                                            김필곤 목사
                                            (열린교회담임, 기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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