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샘가2025. 9-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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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오면 어둠은 길을 비웁니다.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얼어붙은 땅 속에서
               흙은 죽은 듯 귀를 닫고
               침묵으로 숨을 삼키며

               그 속에 씨앗 하나
               흙의 침묵을 조용히 흔들며
               차가운 눈물을 품고 깨어나

               마침내 어느 새벽
               어둠의 살갗을 고요히 찢으며
               노란 빛 하나, 땅 위로 솟구칩니다.

               아직 추위를 벗지 못한 대지 위에
               꽃잎은 고요히 입술을 열어
               빛의 숨결로 침묵으로 흔들며


               향기는 죽음을 닮은 공기를 깨우며
               차가운 바람 사이로
               따스한 기억 하나를 조용히 불어넣고          그 꽃 하나 피어나자
                                            숨죽였던 생명들이
               오랜 어둠이 무너진 자리에서              조심스레 저마다 빛을 따라 움직이며
               빛은 노란 몸짓으로
               닫힌 문을 열고 일어섭니다.              조용히 일어나는 꽃들 사이로
                                            생명의 맥박이 번지며
                                            흙은 다시 말을 배우고


                                            죽음의 심연에서
                                            먼저 깬 노랑꽃 하나가
                                            잠들었던 계절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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