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전시가이드 2021년 05월호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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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조은주-장식장 130×97cm, acrylic on canvas 큐브로시다2 또는 이야기의 방 포스터
2021. 4. 26 – 5. 26 아트스페이스퀄리아 2021. 5. 7 – 5. 13 갤러리내일
(T.02-379-4648, 평창동) (T.02-391-5458, 새문안로3길3)
큐브루시다2
장식장의 추억
또는 이야기의 방
조은주 개인전
글 : 서길헌(작가/미술비평)
글 : 조은주 작가노트
장식장은 어느 집에나 흔히 있는 가구다. 불 켜진 고요한 방은 여러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모든 일들이 밝은 대낮에
하지만 장식장에는 다른 가구에는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저마다 나름 밖에서 일어난다 해도 그것은 이야기의 방에서 또다른 이야기가 된다. 다시
의 소중한 것을 그 안에 담아두려 애쓴다는 점에서 개인의 마음이 내비쳐지 이야기되는 이야기들은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만의 방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장식장은 흔하지만 제각각의 의미가 다양하다. 밖에서 보면 어딘가 진열창에 박제된 인형들의 무언극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여보면 이야기들에 주어진 불빛을 통해 벌어진 이야기들에 대
어느 날 우리 집에 우두커니 서 있던 장식장이 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길 한 보다 세심한 눈길의 창문을 열어놓고 있다. 여기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 낡아서 고독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것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는 생 자기만이 겪은 이야기에 자기만의 뼈와 살을 입힌 여러 개의 이야기가 있다.
각이 문득 들었다. 정답이 없어 무한하기까지 한 하늘과 바다, 매 순간 새롭 ‘큐브 루시다’라는 명칭은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와 현대에 와서 종
게 다가오는 계절과 밤낮의 시간들은 길고 낡은 장식장 안을 풍요롭게 채우 종 갤러리의 개념으로 쓰이는 ‘화이트 큐브’에 대한 ‘오마쥬’이다. 따라서 큐
기에 부족함이 없다. 장식장 안에 채워지는 나의 시간들, 그 시간을 스쳐간 나 브 루시다는 의도적으로 조명을 밝힌 밝은 전시장이자 그러한 특별한 공간
의 시선들로 장식장과 내 마음은 따뜻한 위로와 추억을 되새김질하게 된다. 의 조명을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여러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밝은 시
선을 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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