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전시가이드 2024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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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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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 2020  캔버스에 아크릴릭 45.5×37.9cm          수달이 살아요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3×97.0cm







                                작가의 그림 속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존재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멀리서 바라다보아야 눈에 담기는 넓은 대지에서부터
                                쪼그리고 앉아야 보이는 작은 이끼까지, 우리 주변에서 말없이 찾아지는 자연의 조각들이다.






            히 들려주신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그 작업의 마침표가 찍히는 기분이 들곤       오름 속에서 녹록하지 않았던 지난 고난들이 맺어낸 유산을 본다. 태고의 숨
            한다. 이야기를 듣다가 보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던 소재들은 마치 한 편의      결을 품은 듯 미지의 물결이 일렁이는 그 시절을 거쳐온 나와 너는 우리가 되
            에세이처럼 어느새 한 방향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어 지금 함께 서 있다. 바람에 휘청이는 우리네 존재에 대한 인정은 또 다른
                                                            누군가의 약함을 애정으로 바라보아 곁을 내어줄 마음의 자리를 만들어 준다.
            작가의 그림 속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존재들이 끊임
            없이 등장한다. 멀리서 바라다보아야 눈에 담기는 넓은 대지에서부터 쪼그리        기꺼이 내 이웃의 주변이 되는 것. 이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몸소 보이는 자리
            고 앉아야 보이는 작은 이끼까지, 우리 주변에서 말없이 찾아지는 자연의 조       가 아닌가? 너무도 당연히 매일 우리가 밟고 서 있는 땅은 자기주장을 하지
            각들이다. 보는 이 없어도 봄부터 가을까지 쉼 없이 자라나며 계곡 옆을 밝       않으며, 해풍을 맞고 자라는 차밭과 섬 시금치는 누군가의 소중한 양식이 된
            히는 애기똥풀, 겨우내 눈을 견뎌내고 열매를 맺는 매화처럼 시종일관 그녀        다. 스윽스윽 잔잔한 붓질을 주저함 없이 쌓아 그녀가 만들어 나가는 유려한
            의 관심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를 피워내고 있는 한 사람을 향해있다. 이것       화면은 우리에게 어떠한 터전이 필요한가에 대한 혜안이다.
            은 아마도 그녀 자신인 동시에, 분투하며 삶을 살아내는 우리들의 모습이기
            도 할 것이다.                                        무언가에 꾸준하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열의가 있어야 하는 일이다. 여
                                                            성에 대한 불합리한 의식과 제도에 대해 표현하고 싶으나 너무 큰 감정의 소
            그들은 한결같이 아름답다. 언덕을 가득 채운 봄날의 산수유는 마치 불이 일       요를 만들 것 같아 피하였다는 작가는 되려 이야기꾼이 되기를 자처한다. 자
            렁이듯 스스로 빛을 내고, 그 연약하다는 억새들은 함께 바람에 흔들리며 단       기의 방식을 따라 편안하게 들려주는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오늘도 나는 세
            단히 서 있다. 이것은 신비이다. 친구들과 함께 선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푸른     상을 향해 나아가는 열렬함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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