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전시가이드 202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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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아트크루308, #CREWART 신장르를 개척한 악동들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전시에 참가한 308아트크루 멤버들 (1)                         전시에 참가한 308아트크루 멤버들 (2)










        서울 강남 논현동에 자리한 아트스페이스 제인&클레어에서는 7월 한 달간         동)’라 명명했다. 전자가 기업이나 외주 프로젝트가 의뢰자의 뜻과 합치한 ‘수
        아트크루308의 신개념 프로젝트 전시가 열렸다. “어디 한번 쫓아와 봐” 당      주된 프로젝트’라면, 후자는 다섯 크루들이 ‘따로 혹은 같이’ 창출해가는 ‘창조
        돌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의 언어, 스스로를 깨고 부단히 새로움을 향해가는         형 순수예술 프로젝트’이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우리의 메시스 활동은 르네
        아트크루308은 2018년 결성된 ‘예술계의 아이돌’ 같은 아트콜렉티브 그룹      상스 시기 플랑드르 출신인 쿠엔틴 메시스(Quentin Massys(1465~1530)의
        이다.  모델링·아트디렉터  이신호(Cinco),  뉴미디어  아티스트  안승(Seung),   정신을 이어받은 일종의 오마주 프로젝트와 같다. 메시스는 다양한 종교적 제
        음향·아키비스트  최용호(Yongkey),  조명·기획을  맡은  강대경(Glanz),  조  재를 그리는 앤트워프의 화가조합에 수석이었음에도, 세속적 시대를 다룬 풍
        향사  박형우(Woopac)들이  멤버다.  신코가  2010년  머문  자취방  308호  자화를 그림으로써 자신만의 창작을 열어나갔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서울
        (Glanz·Cinco·Woopac, 3명의 룸메이트 지낸 방 번호)에서 시작된 이 그룹의   예대 졸업 후 연극·미디어맵핑·연출 등에서 느꼈던 순수성에 대한 결핍(일종
        초석은 “모든 것을 다하지만 어느 하나도 명확하지 않은 정체성”으로부터 기       의 갈증)을 “거창한 시각으로부터 벗어나 어떤 것이든 닥치는 대로 부딪히며
        인한다. 초현실주의자들이 사용했던 오토마티즘(Automatism), 이른바 데페    배우겠다.”는 시각에 기인한다. 내 안의 혁명과 만난 다섯 크루들의 아방가르
        이즈망(Dépaysement; 낯설게하기) 같은 사유를 통해 본질을 꿰뚫고 자신들   드가 메시스의 정신인 것이다. 지정된 좌석에 앉아 공연을 일점투시처럼 보여
        만의 아방가르드를 ‘예술성+대중성의 승승장구(乘勝長驅: 승리의 기쁨을 계        주는 강요된 시각으로부터의 탈피, 극장의 경계를 벗어난 감각 이상의 경험과
        속 이어감)’로 표현중이다. 정형화된 방식을 거부하고 하나의 시각으로 형성       에너지의 공유, 이것이 아트크루308이 자신을 깨고 만들어내고자 하는 다중
        된 어떤 것들을 뒤섞어 버리는 과감함은 “아무리 해석해도 관람객에게 가깝게       화음(多衆和音)이 아닐까 한다.
        갈 수 없다.”는 연극계출신 크루 5인들의 공통된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다. 협업
        하되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는 이들의 목표는 #아트크루308을 통해 #CREW-    308artcrew의 자유미학, “Be Free to do it!”
        ART라는 신 장르를 개척하는 것이다. 이미 동 시대 속 크루문화를 견인하는
        이들의 재기발랄함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신박함에 있다.                 모든 현장에서, 아트크루308의 도전은 경쾌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조명·기획
                                                        을 맡은 강대경(Glanz)은 빛을 큐레이션하는 마법사 같다. 그를 거치면 모든
        시스템과 메시스의 다중(多重)변주                              것이 예술이 되고 일상의 이야기도 새로운 확산의 가능성과 만난다. 조향사
                                                        박형우(Woopac)는 향을 시각으로 옮기는 가능성의 소유자다. 시각예술의 범
        시쳇말로 기능을 분리시킨 아트그룹들의 속성은 하나의 그룹핑에 갇히는 경         주를 가장 원초적인 감각으로 해석하는 탓에 직관적인 모티베이션을 감각화
        우가 많다. 개인의 능력이 출중할 지라도 각자의 개성이 아티스트로 발휘되        한다. 모델링·아트 디렉터 이신호(Cinco)는 언어의 마법사 같다. 유행처럼 쓰
        기 힘들다는 뜻이다. 아트크루308은 이 속설을 깨고자 예술의 대중화 프로젝      이고 버려질 수도 있는 프로젝트들을 “언어유희로 개념화하여 기록-명분-이
        트와 관련된 외적 프로젝트를 ‘시스템(System: 예술의 자본화 방식)’으로, 예  익”의 명확함으로 창출한다. 안승(Seung)의 신기술을 예술에 도입하는 ‘미디
        술의 순수성을 향한 내적 프로젝트를 ‘메시스(Massys; 예술자체가 목적인 활    어 텔링’을 통해 그룹으로도 개인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의 힘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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