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전시가이드 2023년 11월
P. 46

미리보는 전시

































        조화적 길상(THE BLESSING OF HARMONY), 91 x 117cm, Mixed media on canvas, 2017






                             2023. 11. 1 – 11. 7 아트불갤러리인사(T.02-564-0034, 인사동)





        고성만 개인전                                         리가 잠재해 있다. 80년대 초반 대학을 졸업할 무렵, 그는 친구들과 함께 출판
                                                        사를 경영하며 목판화를 책의 표지로 사용하는 등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학생
                                                        운동을 펼친 바 있는데, 이러한 그의 전력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필수적
        글 : 윤진섭(미술평론가)                                  인 요소이다. 즉, 그는 80년대를 통해 이 땅에 회오리쳤던 민주화 투쟁의 기억
                                                        을 추억으로 간직한 세대의 한 사람이며,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과 반목, 화해
                                                        와 대립의 간극 사이에서 고뇌한 사람인 것이다.
        차이와 반복, 그리고 새로운 생성에 관한 노마드적 사유                  한국에서 질곡의 세월을 보낸 그는 미국에 정착한 이후 인종의 도가니인 뉴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고성만은 90년대 초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아       욕에서 생활하면서 9.11 테러를 생생하게 목격하고, 인종차별을 겪는 등 타자
        트 스튜던트 리그’를 졸업한 후 뉴욕을 거점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       와 자신의 관계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에게 있어서 뉴욕행은 그의 말
        가 뉴욕에 체류한 것은 단순히 미술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착하기 위해         을 빌리면, “비상구와도 같은 뜨거운 분출구” 였다. 그것을 추동한 것은 젊은
        서 였다. 말하자면 이민자 신분으로 그림을 그리는 한편, 생존을 위해 사업       시절에 겪었던 독재와 민주화 사이의 분열적인 체험이었다. 새로운 땅에 대
        을 꾸려나갔던 것이다. 그런 생활이 약 20년이나 이어졌다. 귀국한 후에 고      한 갈구는 작은 분단국 출신의 젊은이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성만은 홍익대 대학원 회화과에 진학, 그림을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회화        유도했고 그렇게 해서 결행한 것이 바로 미국행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것은 ‘
        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와 표현기법을 동원하여 작품을 제작했다. 따라서 이        돈키호테식 돌격-고래사냥’이었다고 회상한다.
        번 개인전은 귀국 후에 그가 실험해 온 다채로운 세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
        지게 될 것이다.                                       추상표현주의 화풍의 고성만의 작품은 그것이 의식의 분출이란 점에서 특수
                                                        한 미적 국면을 지닌다. 이는 비록 그가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형성된 추상표
        한 작가의 작품세계와 그것을 배태한 의식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고성        현주의의 영향을 받아 작품을 제작했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그
        만의 경우에 있어서도 이 점은 예외가 아니다. 비록 그의 작품 대부분이 추상      의 의식을 관류하는 개인의 감정을 담고 있다고 하는 점에서 차별성을 획득
        표현주의 계열에 속한다 할지라도 이 작품들에는 작가의 내밀한 의식의 풍경        한다. 그 이유는 첫째 그가 사용하는 주 색채가 한국의 전통 오방색에 기반을
        이 삼투돼 있다. 물감을 흘리거나 뿌리고, 선을 수차례 반복해서 긋는 그의 행     두고 있다는 점에 있고, 둘째는 검정을 주조로 한 작품들은 수묵의 기법을 활
        위 속에는 청년기를 통해 이 땅에서 겪었던 ‘질풍노도’와도 같은 의식의 회오      용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한국 고유의 미적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고성만의


        44
        44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