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이정애 초대전 23. 12. 27 – 1. 16 갤러리쌈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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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길 위에 서서(꿈) 72.7x90.9cm
Acrylic on canvas with mix media
<길 위에 서서>라는 그녀의 작품 타이틀은 마치 항아리를 통해 인생의 긴 여정을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씨줄’은 사랑이요, ‘날줄’은 행복이라… 작가 이정애는 어쩌면 항아리 가
득 사랑과 행복을 담아내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간절히 염원하면서 작업에 천착하는지도 모
른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회화 영역을 자율적 사고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도자기의 형상을 그
공간 안으로 흡수시켜 사유와 표현의 위치에서 존재하는 경험적 공간으로 미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
다. 이는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물성의 개념을 물리적 시간의 개념으로 전환시켜 끊임없이 시각적인
표현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예술심리학자인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 1904~2007)은 대상의 중첩
(overlapping) 효과에 대해 “대상들은 부분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통합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며
“사물의 물리적인 완전성(completeness)을 중요시하는 미술가들에게 환영받을 선택의 길을 제공한
다”고 언급했다. 이와 같이 중첩으로 얻어진 긴밀한 결합은 특별한 성질을 가지는데 상호 수정과 간
섭을 통한 집단성을 만들며 새로운 공간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그녀의 작품에 드러나는 화면은 어쩌면 시각적 중첩에 의해 미묘한 긴장감을 유발하
며, 이 일련의 작업들은 기(氣)의 흐름이나 동세(動勢)와 같은 내면적인 실체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보이지 않는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는 그 내면에 빛과 울림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이 존재하는 모든 것의 본성으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도자기의 형상을 작품에 직관적으로 표상(表象)한 그녀의 예술적 영감(靈感)은 전통적 이미지에 현
대적 기법을 조응(照應) 시켜 ‘염원’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인간의 소망을 비추어 미적 감각을 보여주
고자 한 것이리라.
- 이 미 애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팀장. 미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