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장국철 개인전 2024. 6. 11 – 6. 22 강릉아산병원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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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정(情) 116.8x80.3cm Oil on canvas 2024
담아내는 정물들. 살펴보면 볼수록, 자기에 비친 풍경의 같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보면 볼수록, 그림
안에는 무한히 큰 세계가 무한한 크기로 담겨있어 보인다.
그것이야말로 장국철 회화 예술의 현대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현대미술은 새롭고 예민
하게 보는 법을 끊임없이 가르쳐 왔다. 버넷 뉴먼이 널찍한 평면에 그은 단지 몇 개의 선으로 수 많은
이야기와 수 많은 시각 현상들을 말하게 하듯이 추상이 아무런 시각적 소재 얘기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예민한 지점에서 오히려 세계 전체 얘기를 하게 하거나 가장 단순한 미니멀 아트가 가장 왕성
한 논의를 촉발시켰듯이 말이다.
그림의 시점 또한 예사롭지 않다. 쳐다보는 시선으로 높게 놓인 탁자머리 위로 놓인 정물들은 놓여있
는 모든 것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그 위에 놓인 걸친 천이나 접힌 전 조각은 탁자와 함께 바
닥을 드러내 보일수가 없다. 그 감추어진 부분이 바가지 표면에, 놋그릇 표면에, 백자의 표면에 담겨
지는 것이다. 그건 그저 사물과 똑같이 그린 신기함만으로 보는 치밀한 사실기법의 그림 맛이 아니
다. 쉽게 잡히지 않는 반사영상은 뚜렷하게 한가지로 제한된 이야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여백이
많고 다양한 해석의 기능성을 담을 풍성함이 이런 정교한 그림에 있는 것이며 올려다 본 시선은 보이
지 않는 바닥의 반사영상 속에서 그 효과를 더욱 크게 하고있는 것이다.
역사의 준엄한 주제가 큰 예술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숭고한 이념과 도덕이 예술의 위대를 말해주
는 것도 아니다. 나른한듯한 선입견을 깨고 존재하는 장국철의 예술 방법적 역설은 오히려 우리를 긴
장하게 하는 진정한 예술처럼 보인다. 소재와 기법의 예민한 지점과 가치를 보지 못하는 모든 해석을
질타하는 그의 고집스런 예술과 방법이 그 진정성의 이유인 것이다.
- 최 형 순(미술평론가)
정(情) 33.4x24.2cm Oil on canvas 2014 정(情) 33.4x24.2cm Oil on canva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