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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햇살을 머금은
               작은 봉오리에
               시간은 조용히 입김을 뿜고


               유희 같은 춤사위로
               바람은 꽃잎 위에
               시간의 잔해를 쌓으며

               시간을 녹인
               물방울을 꽃은 마시며
               늙어가는 것을 몰랐습니다.

               한낮의 햇살 아래에서
               꽃은 열정을 다해
               열매를 꿈꿨지만,

               시간은
               그 열정도
                                            저녁 달빛에
               주름을 쌓아 놓고
                                            꽃은 빛나는 듯했는데
                                            시간의 그림자가 몸을 휘감고
               꽃은 그늘 아래
               숨을 고르지만, 그 순간에도
                                            젊을 때는
               시간은 뿌리를 갉아 먹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었는데
                                            한 줄기 바람에 꽃잎은 떨어지며

                                            곤두박질 하면서도
                                            꽃은 시간과 춤추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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