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샘가 2025 7-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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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흉터를 삼키며 몸을 짜게 합니다.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깊은
               푸름 속에 감춰진 상처가
               파도마다 짠 숨결로 번져나가고


               그 짠 숨결 속엔
               누구의 울음인지 모를
               기억의 파편이 부서져 떠다니며

               바다는
               말없이 삼킨 것들로
               스스로 제 푸름을 어둡게 물들입니다.


               파도는
               기름도 피도 삼키고
               하얀 거품으로만 응답하며

               스스로
               부수는 방식으로
                                            바다는
               다른 것을 다치지 않게 감싸고
                                            모든 시끄러운 소리를 삼키고
                                            몸속 깊이 파문으로 녹여내며
               자신을
               갈아 만든 노래가 되어
                                            늘
               되풀이될수록 더 속 깊이 새겨집니다.
                                            가장 낮은 곳에
                                            누운 십자가가 되어

                                            모든 것을 안고
                                            상처 난 몸으로
                                            생명을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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