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최미자 작품집-나를 둘러싼 숲과 하늘,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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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면서

                          팔레트에 물감을 짜서 색을 만들어내듯 조심스레 그림을 하나씩 펼쳐본다. 바다, 숲,
                          나무를 그리다 보면 광활하고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포용과 겸손을 배운다. 아프리카의
                          푸르고 붉은 하늘과 야생의 동물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태평양, 지중해, 나일강이 흐르고
                          또 흐른다. 자연은 그렇게 무심하게 어제처럼 오늘을 견뎌내고 내일을 준비하며 역사를
                          만들어간다.


                          대자연은 아무 바램도 없이 많은 것을 선물한다. 자연이 값없이 전하는 영원한 생명력과
                          사랑, 안식에 안심하고 내 존재를 맡긴다.


                          이젤 앞에 서서 캔버스와 마주한다. 붓을 들고 나의 작은 영혼을 다해 내 눈 속에 담긴
                          그것을 그려 낸다. 붓을 움직이며 한 걸음씩 꼼꼼하게 걸어온 날들을 헤아려보고
                          되돌아본다. 오늘과 내일도 감사히 맞이하기를 바라며 캔버스에 마음을 채워간다.


                          나를 둘러싼 숲과 하늘과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내 마음 속에 귀하게 간직된
                          사람들. 이 모두와 나는 늘 대화한다. 숲과 꽃들과 나의 대화, 그들과 나의 대화, 바로
                          너와 나의 대화, 그 대화를 그림의 언어로 번역한다.


                          자연과 존재들, 수많은 생명체, 그 깊은 교감을 함께 나누고 즐겼으면 한다. 치유와
                          위로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 믿는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 세월을 용감히 담아낸 우리의 이마에 시원한 바람이 스치듯,
                          인생사를 뜨겁게 품어낸 눈동자에 붉은 노을이 담기듯 자연의 벅찬 풍요가 당신을
                          안아 주기를 바란다. 그림을 읽어 내려가는 모든 이들이 밤하늘의 저 별과 같이 찬란히
                          그리고 영원히 빛나기를 기도드린다.


                          내일, 모레, 글피 그렇게 팔레트에 물감을 짜며 캔버스 위에서 붓으로 춤추며 하루
                          하루를 감사히 맞이하기를 바란다.




                                                                                      2025년
                                                                                     기쁨으로
                                                                               최미자 (beaut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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