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책친글친 OT&2차월(확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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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독서&글쓰기코칭                                                                                                       책친글친



               다른 연어들은 은빛  연어를 싫어할 수 밖에요. 어쨌거나 태어난 곳으로 회귀해가는 은빛 연어의

               로드  성장  무비  같은  이야기가  정말  인상적이에요.  그  책을  참  좋았는데,  아주  특별한  분에게
               선물을 받은 거랍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때였어요.  영국에서는  A-레벨이라는  대학  입시를  치르는데,  시험에
               합격하려면  자기가  선택한  과목에서  일정한  점수를  받아야  되거든요.  과목  수가  많지는  않지만

               정말 심도 깊게 배워요. 저는 입시과목 중 하나로 미술을 선택했고,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조금

               특별한 주제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회탈’을 주제로 삼았어요.
                 마침  누나  결혼식이  있어서  연구자료도  얻을  겸  한국에  잠깐  들어왔어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안동으로  내려갔어요.  안동대  민속학과가  유명하니까  무작정  그  학교로
               찾아간  것이지요.  민속학과  교수님을  찾아가면  뭔가  필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물어  물어  민속학과  사무실에  찾아갔어요.  조교인  듯한  분에게  “저,  하회탈을  연구하러  온
               학생인데요,  자료를  좀  얻을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더니  “누구  찾아오셨어요?”라고

               되묻더라고요.  “사실,  아무도  몰라서요.  하회탈에  대해서  잘  아는  분을  소개받고

               싶은데요.”라고  했더니  난감해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교수님은  지금  바쁘다고  하면서  안
               알려주시는 거예요.

                 하지만  하회탈  자료를  얻기  위해  영국에서부터  장장  12시간을  날아온  제가  거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죠.
                 “잠깐이면 되거든요, 자료 사진 촬영 좀 하고 참고자료 추천만 해 주시면 돼요.”

                 더는 실랑이를 해 봤자 소용없다고 느꼈는지 마지못해 저를 교수 연구실로 안내해주더군요.
                 교수님은  사무실에  계셨던  분보다  더욱  무뚝뚝하였어요.  제가  연구실에  들어왔는데도

               쳐다보지도  않으시더라고요.  인사를  하고  뻘쭘하게  서  있으니  여전히  고개도  들지  않으시고는

               “어떻게  왔어요?”라고  물으셨어요.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교수님이  저를  한  번  쓱  보시더니  딱
               한마디 하셨어요.

                 “저기, 저거 가져가면 될 거예요.”

                 어디에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전혀  물어보지도  않고  책  한  권  가져가라고  하시고는  다시
               업무를 보시더라고요.

                 순간,  사람을  너무  성의  없게  대하는  교수님의  태도에  속에서  욱!  하고  뜨거운  것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냥  꾹  참고  나왔습니다.  어른한테  대들  수도  없고…….

               성의껏 알아서 주신 것이겠지 하면서 연구실을 빠져 나왔습니다.

                 내  딴에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다는  데에  나름  뿌듯한  마음도  있고,  더구나  영국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한국적인  소재를  다룬다고  하면  한국  민속학계에서  기특하고  어여삐  여겨  발





                                                                                                                                                  페이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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