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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독서&글쓰기코칭 책친글친
항아리
(저자:정호승 출판사:열림원)
나는 독 짓는 젊은이한테서 태어났습니다. 젊은이는 스무 살 때 집을 떠나 멀리 도시로
나갔다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가업을 잇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독을 짓기 시작한
젊은이였습니다. 나는 그 젊은이가 맨 처음 지은 항아리로 태어났습니다.
그런 탓인지 나는 그리 썩 잘 만들어진 항아리가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독 짓는 법을 쭉 배워왔다고는 하나 처음이라서 그런지 젊은이의 솜씨는
무척 서툴렀습니다. 곱게 질흙을 빚는 것도, 가마에 불을 때는 것도, 디딜 풀무질을 하는 것도,
잿물을 바르는 것도 모두 서투르기 짝이 없었습니다.
젊은이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자 아주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마치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고 저지른 듯 나를 쳐다보는 눈길이 아주 기분 나빴습니다.
그러나 나는 뜨거운 가마 밖으로 빠져 나온 것만 해도 기뻤습니다. 처음에 가마 속에
들어갔을 때부터 불타 죽는 줄만 알았지, 내가 다른 무엇으로 다시 태어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내가 아래위가 좁고 허리가 두둑한 항아리로 태어났으니 그 얼마나 스스로
대견스럽고 기쁘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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