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책친글친 OT&2차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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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독서&글쓰기코칭 책친글친
종소리는 날마다 달과 별이 마지막까지 빛을 뿜는 새벽하늘로 높이 울려 퍼졌습니다. 새벽이
올 때까지 잠들지 못하고 그대로 땅 속에 파묻혀 있는 내게 종소리는 새소리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소리가 아름답지 않다고 야단들이었습니다.
종소리가 탁하고 울림이 없어 공허하기만 하지 맑고 알차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절의 주지스님은 어떻게 하면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내 머리맡에 흰 고무신을 신은 주지스님의 발이 와서 가만히
머물렀습니다. 주지스님은 선 채로 한참 동안 나를 내려다보시더니 혼자 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으음, 이건 아버님이 만드신 항아리야. 이 항아리가 아직 남아 있다니. 이 항아리를 묻으면
좋겠군.”
스님은 무슨 큰 보물을 발견이라도 한 듯 만면에 미소를 띠었습니다.
나는 두려움에 떨며 곧 종각의 종 밑에 다시 묻히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내가 무엇이 되기
위하여 종 밑에 묻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두려워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종 밑에 묻고 종을 치자 너무나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종소리가 내 몸 안에 가득 들어왔다가 조금씩 조금씩 숨을 토하듯
내 몸을 한 바퀴 휘돌아나감으로써 참으로 맑고 고운 소리를 내었습니다. 처음에는 주먹만한
우박이 세상의 모든 바위 위에 떨어지는 소리 같기도 하다가, 나중에는 갈대 숲을 지나가는
바람이나 실비소리 같기도 항고, 그 소리는 이어지는가 싶으면 끝나고, 끝나는가 싶으면 다시
계속 이어졌습니다.
나는 내가 종소리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몸을 떨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참고 기다려온 것이 무엇이며, 내가 이 세상을
위해 소중한 그 무엇이 되었다는 것을, 누구의 삶이든 참고 기다리고 노력하면 그 삶의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고요히 산사에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요즘 나의 영혼은 기쁨으로 가득 찹니다. 범종의 음관
역할을 함으로써 보다 아름다운 종소리를 낸다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던 내 존재의
의미이자 가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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