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책친글친 OT&2차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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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독서&글쓰기코칭 책친글친
곧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날을 갈수록 차가웠습니다. 강물이 얼어붙자 오줌도
얼어붙어버렸습니다. 나는 겨우내 얼어붙은 내 몸의 한쪽 구석이 그대로 금이 가거나 터져
버릴까 봐 조마조마해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내 몸이 온전한 채 봄이 찾아왔습니다. 물론 얼었던 강물도 녹아 흐르고 얼어붙었던
오줌도 다 녹아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밭을 갈고 씨를 뿌렸습니다. 씨를 뿌리고 난 뒤에는 내 몸에 가득 고인 오줌을
퍼다가 밭에다 뿌렸습니다.
배추밭에는 배추들이 싱싱하게 자랐습니다. 무밭에는 무들이 싱싱하게 자랐습니다. 나는
그들이 싱싱하게 자라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내가 오줌독이 되어
오줌을 모아줌으로써 그들이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런대로 나는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나는 오줌독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되고 싶어 늘 가슴 한쪽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나는 여전히 오줌독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2년이 지났습니다.
나는 여전히 오줌독으로서의 역할 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 내게 오줌을 누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습니다. 굳이 누가 있다면 새들이 날아가다가 찔끔
똥을 갈기고 가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독 짓는 젊은이는 독 짓는 늙은이가 되어 병마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독 짓던
가마 또한 허물어지고 폐허가 되어 날짐승들의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어디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어느새 오줌독의 신세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나는 날마다 마음을 고요히 가다듬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오줌독 따위가 아닌, 아름답고
소중한 그 무엇이 되기를 간절히 열망했습니다. 사람의 일생이 어떠한 꿈을 꾸었느냐 하는 그
꿈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면, 나는 큰 꿈을 꿈으로써 내 삶을 크게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봄이었습니다. 두런두런 사람들의 목소리와 발소리가 들리더니 폐허가 된
가마터에 사람들이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집은 제법 규모가 큰 절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몇 해에 걸쳐 일주문과 대웅전과 비로전은 물론
종각까지 다 지었습니다. 종각이 완공되자 사람들은 에밀레종과 비슷하나 크기는 보다 작은
종을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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