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메타코칭 공토 2025-01 어드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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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코칭 인지훈련 어드밴스 2025-01
메타분석력 - 문단 별 중요한 핵심구절에 밑줄치고 요약한다.
- 논리적인 흐름을 연결하고 전체적인 주제를 파악한다.
증기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파란 날, 그 티없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작고 동그란
운동장에서 창우와 다희가 이마를 마주 대고 앉아 놀고 있다. 운동장 가에 있는 벚나무에
단풍이 곱게 물들고, 바람은 산들거린다. 벚나무 사이에 있는 키가 큰 미루나무 잎이 다
져서 까치집이 덩그렇게 높이 드러났다. 까치가 창우와 다희 가까이서 통통 뛰어 놀더니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고, 다람쥐들이 재빠르게 아이들 옆을 지나간다. 창우와 다희는
다람쥐를 못 본 모양이다.
운동장이 끝나는 곳에 펼쳐진 강물의 색깔은 볼 때마다 다르다. 지금은 녹색 비단을 잘
다려 펼쳐 놓은 것 같다. 바람이 이는지 물빛이 찬란하게 반짝인다. 저렇게 작은 물빛들이
모여서 저렇게 크고 아름다운 강이 된다. 그 강물 위로 하얀 학들이 천천히 날아간다. 너무
천천히 날아가기 때문에 그 자리에 가만히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날은 학이 열
마리쯤 공중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것을 오래오래 바라본 적도 있다.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는 허공에서 하얀 학들이 그렇게 부드럽게 날며 춤을 추는 것을 나는 처음 보았다.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춤이었다. 좋다. 나는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산이며 물이며
나무와 새와 다람쥐를, 창우와 다희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창우와 다희를 우리 학교 아이들은 ‘가짜’라고 부른다. 창우와 다희는 우리 학교 정식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가짜라고 불러도 아무 할 말이 없다. 창우는 2학년인 동수
형을 따라 학교에 오고, 다희는 4학년인 세희 언니를 따라 학교에 온다. 다희는 가끔 동생
주환이를 데리고 올 때도 있다.
다희를 보면 나는 가슴이 아프다. 다희는 올 봄에 서울에서 시골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귀농을 했다지만, 도시에서 살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뽀얗던
다희가 까맣게 타서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다희네 가족의 어려움이 내 가슴에까지
잔잔하게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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