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노재순 작가 e-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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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s and silence / 52.5x28.8cm_2016_Oil on canvas
상에 멈칫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의 작품에서 보는 입술은 비현실적으로 확대된 이미지여서 어느 관점에서는 기괴하게 보일 정도이다. 특정의 사물을 확대했을 때
느끼는 비현실성은 초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해서 순간적으로 긴장감을 높인다. 이는 새로운 시각적인 체험에서 오는 심리적인 반응
이다. 입술에는 손바닥의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른 고유의 주름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 주름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이미지는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의 의미를 내재한다. 얼굴의 표정과 마찬가지로 입술의 주름 자체가 신체적인 언어가 되기도 하는 까닭이다. 입술이
중심적인 이미지이지만 배경 또한 입술에 대응하는 시각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아름답고 자극적인 입술과는 판이하게 다른 복잡한
이미지는 입술의 시각적인 인상을 한껏 부추기는데 유효하다. 이는 서로 다른 이미지의 조합 및 대비가 만들어내는 상승작용 때문이
다. 입술의 이미지에 대응하는 복잡한 구조의 배경은 건물의 벽면 이미지를 가져왔다.
기호, 부호, 문자, 사진 등이 뒤엉키는 낙서와 인쇄물을 비롯하여 갖가지 광고물을 부착했다가 떼어낸 흔적 그리고 암시, 상징적인 이
미지들이 혼재하는 벽면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싶은 상황이 펼쳐진다. 이렇듯이 배경을 벽면의 이미지에서 가져왔다는 사실을 전
제로 할 때 그의 작업은 사실주의에 가깝다. 실제보다 과장하여 확대하는 방식은 현대미학의 범주에 속하지만 묘사적인 이미지는 사
실적이어서 사실주의의 변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에서는 현대미학의 조형어법을 구사할 뿐만 아니라 암시, 은유, 상징과
같은 기법으로 내면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사실주의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