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박용인 작가 e-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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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풍경, Oil on canvas, 90.9x72.7cm
고풍(古風)에 향기가 베어 있는 집들 사이에서
김인환(미술평론가)
詩人은 바람소리에서 시상을 가다듬기도 기도한다. 그러나 畵家는 바람을 그릴 수 없다. 쏟아지는
햇볕 이라든지, 짙푸른 공기의 하늘빛을 그린다. 어떠한 사물이든 눈에 닿는 모든 것, 또는 설사
망막으로 파악할 수 없는 非的것일지라도 그림의 主題로 삼는 일이 많다.화가 박용인의
회화세계는 풍경으로 비롯되는 에서, 때로는 인물에 초점을 모으기도 하는 具象的 형상에서
이미지를 풀어놓고 있다. 도시나 시골풍경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작품에서 차분하게
가라앉은 색채는 한 순간의 모든 풍물들을 정적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건물의 낡은 벽에
부딪쳤다가 반사되는 빛, 그 빛의 반대편에 있는 그림자의 너울들, 이처럼 강한 比를 보이는 그의
있는 풍경화 어느 구석에서도 인물의 형상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또한 특색이라면 특색 이랄 수
있다.온갖 질주와 소란에서 벗어나 한적하기 짝이 없는 거리 모퉁이, 황량한듯 하면서도 古風의
향기가 배어 있는 집들 사이에서 빛과 그림자는 끝없는 정적을 헤치며 다가왔다가 물러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