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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7 / 영화 <한나>


                        경험은 주관적이나
                        체험은 객관적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샬롯 램플링 주연의 영화 <한나>를 보고 왔다. 가지고 들어
                        갔던 사과음료의 목 넘기는 소리조차 방해가 될 만큼 영화는 꽤나 적막했다.
                        대사도 적었고, 배경 사운드도 불필요한 것은 모두 배제됐다. 때문인지 한나
                        의 표정, 숨소리, 주름지고 메마른 살결까지도 관람이 아니라 체험을 하고 나
                        온 기분이 들었달까.


                        카메라는 물러서지 않고, 직설적인 편인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정반대
                        였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설명하려들지 않고, 차차 관객이 짐작케 만
                        든다. 심지어 결정적인 단서라고 할 수 있는 봉투에 담긴 사진(한나의 남편
                        은 이웃집 아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금되어 있다고 짐작)을 옷장 뒤에서 발
                        견했을 때도 그 흔한 반응 숏 하나 없었다. 관객은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
                        다. 다만 한나의 소리 없는 뒷모습 연기가 그것이 불편한 물건임을 짐작케는
                        만든다. 정보 전달을 위해 관습적으로 사용되는 클로즈업 인서트를 보여주지
                        않는 아주 좋은 예이다. 어쨌거나 이후 한나의 일상엔 균열이 생긴다. 이전까
                        지 한나는 남편의 말에 일말의 믿음 같은 것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진
                        실을 외면하고 싶었을지도. 가짜의 삶을 사는 연극연습에서도 좀처럼 대사를
                        외지 못하고, 아들 아이의 생일파티에서도 문전박대를 당한다. 한나는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불안한 엔딩을 맞는다.

                        영화 후기를 쓰려고 한 건 아닌데... 실은 영화를 온전히 집중할 수만은 없었
                        던 이유를 쓰려고 했다. 한나를 보며 시나리오 수정 아이디어가 셋이나 떠올
                        랐는데 상영관이 너무 적막해 가방을 부스럭거리며 노트를 꺼낼 수조차 없어
                        입으로, 머리로 외우고 있다가 상영관 불이 켜지자마자 휴대폰에 메모를 했
                        다.


                        1. 스킨십
                        : 효정과 동인의 친밀감 혹은 치료행위의 중간쯤의 스킨십은 어떨까. 사건 후
                        두 주인공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데 도움.


                        2. 의심
                        :  효정을 아는 인물을 만나게 할 것. 병원보다는 이웃이거나, 고객이었던 사
                        람을 만나게 해 효정의 과거를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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