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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 2025 Spring _ Vol. 390
수상 소감
2024 서울인상 수상자 - 김용담(18회) 동문
18회 김용담입니다. 저를, 2024년 자랑스러운 서울인으로 선정해 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처음 자랑스러운 서울인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한 평생을 판
사로만 살아왔다는 것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랜 기간 판사로 일한 사람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퇴임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판사에게 표시되는 존경은 판사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오직 법에 대한 존경임을 항상 되새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료 법관들과 후배들에게도 판사란 오직 법에만 의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물
론, 판사는 주어진 사건에서, 맑은 눈으로 진실을 탐색하고, 법을 옳게 선언함으로써 정의가 구현되고, 법이
살아 있음을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 나름으로는 독립
적으로 또 옳고 바르게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려고 애쓰기는 했습니다.
서울인상 시상 김용담(18회)
그러나 판사로 일하면서 참으로 지혜가 필요한 이들은 입법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단순히 다수
의 의견을 조문화하는 것이 입법은 아닐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장자크 루소
를 빌려 말한다면, 일반의지를 찾아 이를 법률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지혜로운 입법자와 법에만 의
지하는 판사가 조화를 이룰 때, 우리나라와 사회는 건강해지고, 개인의 존엄은 보장되며, 평화롭고 안정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것도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를 자랑스러운 서울인으로 선정해 주신 것은 이러한 저의 생각과 삶의 태도를 평가해 주신 것이라고 여겨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 서울인상 수상자 - 김기문(24회)동문
먼저 이런 영예로운 상을 주신 총동창회 그리고 동문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에게는 분에 넘치
는 상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저는 지난 36년 간 지방에 있는 조그마한 대학에서 기초과학을 연구하고 가르쳤습니다. 함께 힘을 합해, 과
학기술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워 보자는 故 박태준 설립 이사장님과 김호길 초대 학장님의
숭고한 뜻에 깊이 공감해서, 갓 태어난 포항공과대학에 합류한 이래, 지금까지 한눈 팔지 않고 연구와 교육
에 매진했습니다. 다행히도 제 연구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되자 서울에 있는 많은 대학으로부터 올라오라
는 제안을 수없이 받았지만 다 거절했습니다. 지방에서도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고 훌륭한 인재를 키워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고, 지방이 잘 되어야 우리나라가 균형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믿
음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인상 시상 김기문(24회)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는 경희궁터에서 보낸 6년이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어디에서나 꼭 있어야 할 사람
이 되어라.’ ‘겨레와 나라를 이끌어 갈 리더가 되어라’. 은사님들의 말씀이 귀에 생생합니다.
지방에 산다는 핑계로, 연구에 바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찾아 뵙지 못한 은사님들께 감사와 함께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 부족한 저를 한결 같은 우정으로 대해주고 성원해 준 24회 동기들, 그리고 30년 넘게 포스텍
에서 동고동락했던 20여 명의 동문 선후배님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도, 저와 연구의 즐거움과 고통 함께 나누면서 많은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냈던 학생들, 연구원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고, 아쉽게도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아내 그리고 가족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을사년 새해를 맞아 모교의 무궁한 발전과, 동문 여러분 가내에 평안과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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