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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일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잘 찍을 수 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런 질문에 나는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기본이 아름다워야 한다.(웃음)” 아

           름다운 것을 찍으면 저절로 아름답게 찍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
           한 것이 있다. 촬영을 하는 당사자도 몸과 정신을 아름답게 가꿔야 한다. 예를 들
           어 촬영 당일 촬영 감독이 화가 나거나 기분이 상하는 일이 생기면 그 기분이 고
           스란히 렌즈를 통해 반영된다. 4각 프레임 안에 object를 아름답게 담기 위해선
           촬영 감독의 태도, 관점 등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5년간 전 세계를 오가며 150여 편이 넘는 광고를 촬영한 뒤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공교롭게 프리랜서를 선언하자마자 IMF가 터졌고 나의 촬영감독 생

           활은 곤경에 처했다. 하지만 그해 영화 “쉬리”가 대박이 나면서 한국 영화계에 새
           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는 말에 걸맞게 촬영 감독으로서의 활동은 어려워졌지
           만 영화 카메라 렌탈 사업이 눈에 띄었다. 해외 광고 출장 시 촬영감독으로서 가

           장 부러웠던 것은 촬영 기자재 퀄리티였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은 렌탈하우스
           개념이 도입되기 전이라 유럽, 미국에서 느낄 수 있었던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
           었다. 촬영감독으로서 국내에서 충족되지 않은 니즈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나는

           해외 카메라 박람회 및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카메라
           렌탈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렌탈 사업을 시작했다. 하나둘씩 늘어나는 카메
           라와 렌즈를 보며 뿌듯함이 생겼고 동료 선후배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렌즈와 카
           메라로 촬영을 할 수 있게끔 서포트 할 수 있어서 기뻤다.



             강제규 감독의”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이 우리 장비를 사용한 작품들이 잘 될
           때마다 큰 성취감을 얻었다. 회사가 7년쯤 됐을 때 나의 본업이었던 촬영 일을
           늦게나마 다시 시작하게 됐다. 큰 규모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8편의 영화를 찍으

           면서 과거의 촬영 현장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했다. 과거엔 필름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한 컷마다 매우 신중하게 정성을 들여야 했다.
             사각 프레임안에 배우, 구도, 조명, 촬영기법 등 모든 영역의 세계가 다 담겨 있


           56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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