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2023서울고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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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차회사 엔지니어의 자존심은 태평양 건널 때 던져버리고, 막장에서 탄이
                   라도 캔다는 각오로 한국을 떠났지만 막상 객지에서의 밥벌이는 결코 만만치 않
                   았다. 여기저기 이력서도 보내보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직업보도소도 문턱이 닳

                   도록 다녔지만 현지경력이 일천하고 말도 어눌한 이방인에게 기회는 좀처럼 주
                   어지지 않았다.


                     하루하루 시간은 가고 몇 푼 안남은 통장 잔고는 비어가고, 구멍가게에서 껌
                   이 먹고 싶다고 징징대는 코흘리개 아들 녀석을 쥐어박으며 꼭 쥐고 있는 껌을

                   내려놓게 했던 무능한 아빠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두 달 세월이 더 흐르고 찬바람이 불 때 즈음 일용잡부로 액자를 만드는 공
                   장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는데, 한국인의 긍지와 육군중위 조 중위 시절의 악과

                   깡으로 시간당 최대생산량 기록을 세우고 공정 개선안 등을 제시하자 정식직원
                   으로 제의를 받았지만 보름 만에 몸살과 독감으로 심하게 앓아누워 더 이상 다
                   닐 수 없었다.


                     “기아자동차는 부도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며…” 오늘도 어김없이 뉴스에 나오

                   는구만, 에이 빌어먹을 이민이나 가던지 해야지 월화수목금금금 등골휘게 일한
                   죄 밖에 없는데 왜 맨날 망한다는 소리야…. 과장님, 황 대리 우리가 뭔 죄야? 그
                   러게 말입니다 조 대리님, 한잔 하시죠……에이 먹고 죽자 한잔들어!!!”이민은

                   아무나 가냐 이 녀석아” “형 힘들면 돌아와”…”애비야 그만하면 됐다 돌아 오너
                   라”…”이민가면 뭐 먹고 살아요? “여보 이거 엔지니어 뽑는 광고 아니 애요? 당
                   신 하던 일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캐나다에도 자동차 회사가 있나 봐요? 비몽사
                   몽간에 환청과 환각 증세로 과거와 현재를 헤메는 데 신문광고를 뒤적이던 마누
                   라가 하는 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런네, GM of Canada…당신 하던 일 같은

                   데 원서라도 한 번 내 봐요.


                     ”축하한다 대휘야!“ 동준이가 참 반가워했다. 내가 취직을 한 이후론 동준이

                   보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술을 못하는 친구라 밥 한 끼 대접하려해도 시간내기가
                   힘들었다. 늘 그렇게 바쁘게 사는 친구가, 일부러 금쪽같은 시간을 내어 틈틈이
                   날 도와주다 이제 내가 밥 먹구 살만 하니 맘이 놓여 자기일상으로, 그 바쁜 세상


                                                                   87 _ 4060 우리들의 3色5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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