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여영난 도록 전자책150x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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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반대하던 분이 어떻게 여기서 식사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
                      다. 모파상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파리에서 에펠탑이 보이
                      지 않는 곳은 이곳뿐이기 때문이다’라고, 자식 같은 화가의 그
                      림은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여 잉태하고 낳는데는 나름대로 적
                      지 않은 산고가 있다. 그래서 자기의 분신을 다산하는 작가는 그
                      만큼 빨리 늙어간다. 여기에서 늙음은 인간들이 생리적으로 늙
                      어가는 것과는 사뭇 다른 이유로 백발이 면류관이라는 말처럼
                      아름다운 연륜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자기의 욕구를 다
                      채우기 위해 취미처럼 창작행위를 즐길 수도 있지만 작품이 하
                      나하나 탄생하기까지 애절한 사연들을 가지게 된다. 마치 잘 키
                      운 딸을 시집 보내는 마음같이 어느 화랑주인의 이야기다.  웬만
                      한 유명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유독 한 작가(천경자 화
                      백)의 그림이 없었기에 그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선물까
                      지 사들고 화실로 찾아갔다. 작가와 마주한 지 한참 만에 화랑주
                      인은 조심스럽게 작품을 구입하려 방문을 했다고 입을 열었다.

                      작가는 일언지하에 내줄 그림이 없다며 거절을 했다. 집안에 널
                      려 있는 것이 그림이었지만 작가는 팔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미
                      술을 사랑해 시작한 화랑이니 꼭 좀 도와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
                      고 늦도록 설득해서 겨우 한 점을 가지고 올 수 있었다.


                      어렵게 구입한 작품을 걸어 채 감상도 하기 전, 다음날 천 화백
                      은 창백한 얼굴로 선물을 다시 들고 찾아와 어제 그림을 팔고 밤
                      잠을 못 잤다며 “미안하지만 내 작품을 다시 돌려주세요.”라
                      고 더 간절히 졸랐다는 것이다. 화랑주인은 갑작스런 그녀의 말
                      에 어리둥절하였지만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흐트러진 머리
                      모양에서 초조한 작가의 심리상태를 읽을 수 있었고 다소 억울
                      한 마음도 있었지만 결국 작품을 돌려주게 되었다. 당시의 서운
                      한 마음은 훗날 작가의 애틋한 작품 사랑을 알고 나서 창작인의
                      신고의 값어치도 함께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을 팔아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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