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4 - 강화산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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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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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구원의 작품 세계
         침잠과 울림의 미학
         유경희/ 예술이론-1991





                       Kws0189 막작골 예수-어디론가 가는사람들
                               광목에 오일, 43x24cm, 1990
           좋은 텍스트(작품)란 잘 짜인 구조나 심오한 의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극하는 것이다. 나는 내 마음을 침잠하게 하며 내 정신을 들뜨게 하며 나를 소름끼
         치게 하는 그런 이미지의 텍스쳐를 형성하는 작품을 만나기를 희망한다. 그런 면에서 강구원의 작품은
         적어도 나를 침잠하게 하고, 다분히 ‘강요하지 않은 침묵’과 비어있음의 깊이의 공간‘으로 나를 초대한다.


           예술작품을 통해 빛을 발하는 인간적 특성들이 드러난다. 비록 그것이 지나친 주관성과 우연성으로 포
         장된다하더라도 대부분의 작업은 그렇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성격이 운명이고 또 그것이 작품일 수 밖에
         없다고 했을 때, 강구원의 작업은 이제사 강구원이라는 존재의 근사치에 도달한 느낌이다. 이제 그는 그
         리기의 신비화나 그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삶 자체가 곧 그림. 그림이 곧 자기 자신이 되는 오롯이 서있음
         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나는 소리 없이 잘 웃고 남도 특유의 액센트 풍기는 말투로 천천히 낮게 얘기하
         는 강구원의 품새에서 구도자와도 같은 품격을 훔쳐보기도 할 뿐더러, 본질적으로 불안하지 않으면 안될
         작가생활을 견디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참으로 귀하게 느껴지곤 한다. 누군들 이 어설프고 궁핍하
         며 불안한 나날을 살고 싶을까! 그의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태도는 그리하여 돋보이지 않은가?


            강구원의 작품은 회화적인 것에서 선적인 것으로, 다시 선적인 것에서 회화적인 것으로 이동한다. 1989
         년과 1991년 첫두번재 개인전의 주제는 ‘레퀴엠(Requiem)’이다. 첫 번째 작품전을 통해 그가 보여준 양
         식은 전체적으로 구상화에 속하며 강한 색상 대비와 형태의 데포르마숑 그리고 굵은 윤곽선 등 촉각적
         인 유도를 통해 화면자체의 조형상의 문제에 천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개인전은 모두 “우연의 지
         배(Incidental Dominion in Life)”라는 일관된테마를 보여주었다. 이 테마는 우주와 인간사를 지배하는
         일종의 거대담론으로 그의 핵심적인 사유의 방식으로 채택되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우연의 개념은 미
         결정 상태의 필연 즉 가장 강력한 질서로 우주를 지배한다는 의미에서의 그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의
         우연은 관념적인 우연이라기보다는 이미 필연을 상정한 우연이며 일례로 우연이라고 생각되는 어떤 원
         인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생명체는 가족이나 사회적 규범의 범주에 묶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지배‘
         라고 보고 있다.


           <우연의 지배-닫혀진 문>(1990), <우연의 지배-샘>(1990), <우연의 지배-기원>(1990), <우연의 지
         배-가족>(1991), <우연의 지배-탄생>(1990), <우연의 지배-고추와 샘>(1990),<우연의 지배-나의 모습
         >(1990), <우연의 지배-목어와 개구리>(1990), <우연의 지배-포도밭에서의 씻김>(1993/4), <우연의 지
         배-포도밭에서>(1994), <우연의 지배-젊은 태양>(1994), <우연의 지배-꽃차례>(1994) 등 우연의 지배
         라는 거대담론에 소제목을 붙임으로써 자신의 일상과 작업을 함몰시키고 있다. 그는 언제까지 일지 모
         르지만 앞으로도 인간의 숙명적인 삶을 대변하는 ‘우연의 지배’라는 테마로 계속 작업해 나아갈 것이라
         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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