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6 - 강화산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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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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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神氣 내리는 순간에 그림 마무리
           강구원은 그림과의 교감을 중시한다. 자신과 그림과의 충분한 교감이 있는 다음에야 타인들과
         의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스런 만남을 중시한다. 붓
         을 들어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 삶의 리듬에 맞추고 있다. 며칠을 밤새워 그리는 때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내면의 충동을 기다리느라 몇 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항상 기다리고 있는 것만은 아
         니다. 떠오르는 화상을 작은 그림으로 계속 그려나간다. 그리고 그것들이 맘에 들면 대작으로 옮
         긴다. 그는 화면 전체의 밑바탕 그림을 아주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될 수 있는 대로 밑바탕을 두
         껍게 칠하고, 전체 화면에 온갖 이지적 정성을 다한다. 요컨대 화면 분위기에 70%정도 의 정성
         을 바친다고 할까? 때로는 역사적 의미를 부가하기 위해 오래된 장롱의 문짝에도 그리고, <우연
         의 지배-닫혀진 문>(1990) 캔버스 옆에 200년된 초가집 마루로 섰던 나무판을 과감하게 붙여
         역동성을 갖게도 한다.   이 때문에 그는 자연히 그림의 대상이나 의미보다 회화성을 더 중시한다.
         무슨 구체적인 것을 그리려고 한다기보다는 화면전개에 따라 사물을 도입하기도, 지우기도 한다.
         포름, 색, 면 따위가 더 중요한 것이지 그려진 사물이 무엇이냐 하는 것은 다음의 문제라고 한다.
         즉 무엇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앞서고, 내용과 의미는 뒤에 부과되는 셈이다. 그는 <목어와 개
         구리>라는 작품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한다. “아무런 의미없이 한 화면에 나타났을 따름이지 의
         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목어木魚를 그리고 싶어서, 개구리를 그리고 싶어서 옆에 개
         구리를 그린 것일 따름입니다. 화면상에 조화를 시키다 보니까 목어와 개구리가 등장했을 따름
         이지……. 물론 보는 사람이 거기서 무엇을 느끼느냐, 어떤 의미를 찾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보는
         사람의 몫이지요.”


         <막작골 예수>라는 작품에 대한 그의 생각도 같은 맥락이다. “막작골 예수를 예수라는 생각에서
         그린 것은 아닙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무엇인가 붙들어 보려는 어떤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그러한 상징적인 것으로 나타났을 뿐이지, 목표가 되는 것은 당연히 예수 자체가 아닙니
         다. 무언가 붙들어야겠다……. 바로 그런 것 자체가 종교이고, 이 작품의 테마인 것 같아요.”

          그의 작업마무리는 아주 철저하다. 마지막 붓터치를 위해 그 전 단계의 다른것들은 모두 완료한
         다. 그리고 화면이 마르길 기다린다. 작품을 바라보며 어떤 합일적인 영감을 느꼈을 때 마지막 붓
         터치를 휘두른다. 그 한순간에 모든 몸짓과 온 정신을 집중시킨다. 무당으로 말하면 신기가 내리
         는 순간이다. 검은 선 하나, 붉은 점, 또는 노란 획이나 흰색의 짓이김 같은 것, 붓의 터치에서 오
         는 마지막 감感, 그것이 마음에 들 때는 만족감을 느끼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몇 번이고 지우고 다
         시 그린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심정으로 우연과 회화적 성과가 맞아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 순
         간에는 자기 아닌 어떤 다른 초월적인 힘이 와서 완성시켜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기원, 절실한 바
         람 같은 것이다. 육체와 혼의 합일, 순간의 초월적 경지, 이생과 저생, 그림과 그림 사이의 구획이
         모두 무너지는 순간이다. 이렇게 작품을 끝내고 나면 피로감으로 며칠을 시달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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