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거리예술의 초대_과천축제 2003-2014
P. 110

108                                                                                                                109

 1 - 3. “앨리스 프로젝트”
 1  2  3
 는 가치관은 한국민족극운동연합회 마당극의 고유한 성격과 일치했다. 이
 에 비해 국악누리의 “옹골옹골 옹고집”은 사라진 판소리 12마당 중 하나를
 복원하고자 시도하면서 서민의 삶에 담긴 해학에 중점을 두다 보니, 판소리
 에 대한 사회적 해석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단원들이 전통연희를 전공하
 였기 때문에 음악 등 기본적인 기예가 탄탄해 관객에게 호감을 받았다. 전
 통연희과 출신들이 단순한 기예에 만족하지 않고 마당극을 시도하였다는
 점은 축제에 아주 반가운 사실이었다.

 과천한마당축제-춘천마임축제 야외극 공동공모 사업의 선정작은 공연창작
 집단 뛰다의 “앨리스 프로젝트”였다. 원작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주입식 교
 육, 비판이 허락되지 않는 폐쇄성 등 성장기 청소년이 부딪치는 사회의 부
 조리를 풍자적으로 다뤘지만 이 모든 것을 붉은 여왕의 꿈으로 귀결시킴으
 2)
 로써 동화적 상상력과 철학적 메타포를 결합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같
 은 일관되지 않는 태도는 오히려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많은 공을
 들여 세운 커다란 지오데식 돔도 그다지 활용되지 못했다. 극단 몸꼴의 “다
 시 돌아오다”는 처음으로 시도된 대규모 이동형 거리극이었다. 차량이 통
 제된 중앙로를 항상 외국 공연단에게 맡길 순 없다는 생각에 이 해 처음으
 3)
 로 국내단체에게 사전제작지원 형식으로 의뢰한 것이었다.  괴선박의 등장
 을 알리는 전단이 유포되고, 낯선 이들이 트레일러를 탈취하고, 아스팔트
 를 드릴로 파헤치며 뭔가를 찾는다. 땅을 울리는 드릴과 도시의 갖가지 소
 음이 음악과 결합되면서 정돈된 도시에 한 판의 난장이 벌어진다. 마침내
 소문대로 트레일러에서 배가 등장하고 낯선 이들은 배를 따라 떠났다. 거
 리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붙들 수 있는 물, 불 등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었고,
 배우들 또한 잘 훈련된 움직임을 통해 진지한 상황을 끌어갔지만 궁극적으
 4)
 로 이야기의 구체성이 결여된 나머지 “공연이라기보다 요란스런 쇼” 같았
 다. 앨리스김은 신부라면 누구나 ‘패키지’처럼 겪는 결혼식에 대한 희망찬





 2)   참조: 이은경. 공연과 이론 가을 3호(2009), 226쪽
 3)   이 제작에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예술감독: 박상순)가 동참하였다. 이울러 이
 공연은 신종 인플루엔자 사태로 대규모 운집을 피하기 위해 중앙로 통제를 실
 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원길에서 공연되었다.
 4)   참조: 이은경. 공연과 이론 가을 3호(2009), 228쪽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