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거리예술의 초대_과천축제 200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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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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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덕하게 보일 수 있는 이야기지만 작품은 궁극적으로 단조롭고 고단한 일상                                             3. “즉흥 11, 12-여행기”
           에 대한 시적 치유처럼 보였다. 키르카스 가야(Kirkas Gaya, 프랑스+이스
           라엘)의 “백일몽”(Daydreaming)은 “비상”만큼 높진 않지만 이 역시 그네
           등 공중곡예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었다. 두 남녀가 기다림, 사랑 그리고 꿈
           에 대한 이미지를 서커스를 이용해 아름답게 펼쳐보였다. 이판(Yi Fan, 프
           랑스)은 줄타기 곡예사였다. 어릴 적 그는 무슨 이유에인지 주위 사람에게
           서 멀리 여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곤 했다. 그러나 그는 줄타기 공
           연을 가지고 전 세계를 순회하면서 이 편견을 극복하였다. 그의 “목적지 없
           는 여행”(Destination nulle part)은 자신의 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공연
           자는 10여분에 이르는 상당히 긴 대사를 한국어로 완벽하게 외워 관객들의
           감탄과 호감을 자아냈다. 드 리앙 메르씨(2 Rien Merci, 프랑스)의 ”아코디
           언 서커스”(Le P’tit cirque à Bretelles)는 관객들의 기대와 정반대로 거의
           움직임 없는, 그러나 집중력있는 연기를 바탕으로 결코 관객들의 관심을 놓
           치지 않는 기발하고 엉뚱한 서커스였다. 낡고 작은 여러 소품들과 아코디언
           의 소박한 음악도 관객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단체의 두 번째 작
           품 “모차르트 다이내믹 관악대”(Dynamic Mozart Tuyau)는 거리음악으로,
           이 작품 역시 관객들의 기대를 배반하기로 일관하였다. 어딘가에 숨어 연주
           를 하다가 관객들이 다가오면 도망하기를 반복한 것이다. 그러나 관객, 특
           히 어린이들은 오히려 그들을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즐거워했다. 자히르 씨
           르코(Zahir Circo, 스페인)의 “으라차”(EITA!)는 곡예를 중심으로 활력과 생
           기를 주는 공연이었다. 오스모시스(Osmosis, 프랑스)의 “육체”(Flesh)는 벽
           뒤 은밀한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움직임을 외부 벽에 영상으로 투사하였다.
           관객은 영상은 물론 컨테이너 내부 실내에서의 움직임도 볼 수 있었다. 폐
           쇄된 공간과 끊임없이 부딪히는 인간의 육체에게서 소외, 저항 그리고 좌절
           로 점철된 현대인의 정신세계가 드러났다.


           자유참가작은 9편으로, 예년보다 많았다. 젊은 공연예술인들의 도전적인 실
           험을 적극 수용하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함께 “도시는 진화한다”라는 구
           호로 공동으로 공모하여 3작품이 자유참가작으로 참가하였기 때문이다. 극
           단 요기가의 “장난이야기-보물찾기편”, 임프로드바닥의 “즉흥 11, 12-여행
           기”, 프로젝트 모의 “무늬”였다. 이들 작품은 실험적 성격이 강해 소통과 완
           성도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새로운 거리예술가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과정에서 부닥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었다. 고재경은 자기를 꼭 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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