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거리예술의 초대_과천축제 2003-2014
P. 127
126 127
2010년 제14회 과천한마당축제 1 1 - 3. “과천, 꿈을 꾸다”
3
2
이 해는 날씨가 춥고 주말 이틀 동안 비가 오는 등 축제를 치루는 데 어려
움이 많았다. 안전에 지장이 있는 많은 공연이 취소되었지만 공연자와 사무
국의 협의에 따라 공연이 감행된 경우 시민들은 빗속에서도 질서를 지키면
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2003년 개막공연의 성공을 잊지 못한 사무국은 당시 HOBT 단원 중 일부가
새로 창단한 모래한알극단(One Grain of Sand Puppet Theater, 미국)과 인
형엄마(대표: 엄정애)에게 개막공연을 제작하도록 의뢰했다. 방식 역시 당시
처럼 새로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민들과 함께 공연을 만드는 것이었다. 극
단의 단원들은 7월에 입국하여 자료조사를 하고 시민들을 만나는 등 사전준
비작업을 하였고, 개막 전 18일 동안 시민들과 함께 크고 작은 인형들을 만
들고, 이야기를 완성하여 “과천, 꿈을 꾸다”를 공연하였다. 공연은 동화 “옛
날옛날 관악산에”(글: 이현순)를 바탕으로 관악산에 큰 불이 났을 때 불을 끄
기 위해 갖은 애를 쓰던 동물들이 희생되어 지금처럼 갖가지 동물 모양의 바
위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도시화에 이른 오늘날까지 과천의 역사
를 통시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꿈과 희망을 그렸다. 축
제에 지역성을 반영하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으나 2003년과 달
리 한국의 전문공연예술인이 배제되었으며 참가한 시민들이 대부분 아이들
인데다 수효도 많지 않아 제대로 된 공연을 기대할 수 없었다.
이 해에는 국내공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 동안 실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해 이 해에는 많은 시도들이 거리예술로서 안정적인 공연
을 펼쳤다. 춘천마임축제와 과천축제의 야외극 공동공모에 선정된 극단 몸
꼴의 “빨간 구두”는 관객을 버스에 태워 도시를 돌아다니는 사파리 형식의
체험형 공연이었다. 국내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던, ‘일종의 비관습적 연
극’(unconventional theater)이었음에도 잘 훈련된 움직임과 즉흥연기 덕분
에 관객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신선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온앤오프무
용단의 “꽃피는 사월”은 예술영혼의 도전과 좌절을 춤으로 펼쳐보였다.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