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거리예술의 초대_과천축제 200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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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2. “정크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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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죽음의 강을 건너는 카론의 배인가? 파멸의 잔재처럼 회색 먼지가
공연 내내 흩날리면서 미래를 예시하고, 시계는 절망적인 미래가 멀지 않았
2)
음을 알려주듯 똑딱거린다. 극단 몸꼴은 2005년의 “오르페”를 다시 불러
냈다. 2005년 공연이 신화의 줄거리를 충실하게 지켰다면, 이번에는 신화를
완전히 해체하여 금기에 대한 충동적인 호기심과 도전의 이야기로 만들었
다. 긴 사다리가 올라가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처음에는 오르기와
내려오기가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몇 번 반복되자 이내 즐거운 놀이가 된다.
마지막 대상은 성처럼 거대한 구조물이다.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는 관계없
다. 앞을 막는 것은 넘어야 한다. 기어오르다 미끄러지기를 반복한다. 마침
내 사다리를 이용해 거의 오르는 데 성공했다고 믿는 순간 물대포가 물을 내
뿜고 화약이 폭발하고 모두 쓰러진다. 거친 록음악이 서커스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움직임을 뒷받침했다. 프로젝트 잠상의 “도시내시경: 과천”은 2011년
의 공연을 보다 심화시킨 것이었다. 단체는 시민들에게서 직접 과천의 역사
를 채집하여 영상에 담고, 버려진 옛 물건들을 수집하여, 이들을 시적 조형
미 속에 펼쳐놓음으로써 인위적인 개발로 인한 도시화의 비극을 드러내보
3)
였다. 몸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고 치유 가능성을 실험하는 몸 자연 프로
젝트는 과천에서 가장 높은 건물들이 밀집해있는, 가장 도시화된 장소에서
“꿈”을 꾸었다. 삭막한 공간에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원초적인 욕망을 담
은 몸짓이 펼쳐진다. 이 행위는 몇몇 곳을 이동하면서 바뀌고, 마침내 몽상
가들은 가로수에 올라가 누운 자세로 나무가 하나가 되어 다시 꿈속으로 들
어간다. 온앤오프무용단은 춤을 추게 만드는 “파란 운동화”에 관한 신화를
만들어냈다.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는 저주지만, 이들의 파란 운동화는 축복
이다. 그들이 춤출 때 이용하는 플라스틱 통도 파란색이고 공연시간인 대낮
의 하늘도 파란 색이었다. 파란 운동화를 신은 무용수들은 적절한 템포와 조
화로운 움직임 속에 경쾌하게 춤을 추면서 차가운 도시공간과 무표정한 관
객을 열정적인 분위기로 몰고 갔다. 프로젝트 날다의 “카피 2”는 높은 건물
벽 위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통해 카피(복사)와 다름없는 현대인의 몰개성
을 얘기하고자 하였다. 예년과 달리 영상을 도입하였지만, 크기가 작고 주변
2 참조: 이은경, 우리 거리극의 괄목 성장을 확인케 한 2012 과천축제, 2012 과
천축제 평가보고서
3) 참조: 윗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