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4 - 거리예술의 초대_과천축제 200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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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산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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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2. “올모스트 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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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또 씁쓸하게 풍자된다. 오스모시스(Cie Osmosis, 프랑스)의 “철의 대성 3 - 4. “시간낭비 요요쇼”
당”(Cathedrale d’acier)은 철강노동자들의 얘기이다. 다큐멘터리 영상과
5)
크레인, 철강기둥을 배경으로 철강을 두드리는 노동자들의 생생한 움직임이
무용수에 의해 춤으로 녹아들면서 산업사회 몸의 의미와 인간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씨르크(Cirq vzw, 벨기에)는 손님 3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
는 사방 1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그러나 “위대한 카페”(Grand Cafe)를 지었
다. 내부는 옛날 사진들과 사소한 물건들로 장식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주인이 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동안 오늘날 뿌리
를 잃어가는 세태가 비판된다. 이 카페의 특징은 무엇보다 아주 작다는 데 있
다. 타인을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주인과 손님 그리고 또 손님
과 손님 사이에 신체가 접촉되니 대화의 질이 달라지면서 과거의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관계가 생겨난다. 물론 담배도 마음대로 필 수 있다. 클레르
뒤끄르(Claire Ducreux, 프랑스)의 “꿈의 배”(Barco de Arena)에서는 반원
의 구조물이 공연자의 섬세한 동작과 유려한 안무에 힘입어 아이들 놀이터
로, 유람선으로 또 서커스 무대로 바뀌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스피랄(Spiralel, 프랑스)의 “원”(Le Circle)은 1987년 제네바 유엔회의에서
미국 원주민들이 부족별로 15분씩 발언한 서양문명에 대한 경고의 연장선이
었다. 약 4만 년 전 인류가 막 생겨났을 당시의 원시부족의 삶을 통해 ‘인류
에게 주어진 유일한 터전인 지구를 보호해야 함’을 줄인형극으로 강조했다.
자유참가작은 거리극 3편, 무용 2편이었다. 비닐하우스의 “우산이 필요해”
는 갑작스런 해고로 절망에 빠진 실업자가 자살을 하려고 하자 노숙자가 그
5) 이미 과천축제에서 두 번이나 공연한 적이 있었던 이 단체의 대표이자 안무
자인 알리 살미(Ali Salmi)는 한국에서 받은 인상이 깊었는지 곧바로 한국에 장
기적으로 머물면서 작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한국과 관련된 작품을 해보기로 했다. 그의 관심은 한국의 철강산업이었다.
이에 따라 그가 울산의 포항제철소를 방문하고 철강노동자들을 만나는 등 사
전준비작업을 거친 후 이 작품이 탄생했다. 작품에는 은퇴한 한국의 철강노동
자가 실제로 출연하기도 했다. 축제사무국은 아직 제작되지 않은 작품인데도
초청하겠다고 미리 약속하는 형태로 제작을 지원하였다. 이에 따라 이 작품은
2013년 프랑스의 ‘비바시떼’(소뜨빌)와 ‘샬롱의 거리에서’(샬롱) 초연된 후 곧
바로 과천축제에서 공연되었다. 사실상 과천축제가 해외공연의 신작 제작에
도 참여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