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3 - 거리예술의 초대_과천축제 200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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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과천축제는 2003년 마당극에서 거리극으로, 그 후 다시 거리예술로 확장 니 대중을 떠나야 할 것처럼 보이고, 대중을 쫓아가자니 예술을 포기해야
하면서 거리예술이 우리의 예술계에 뿌리를 내리고 발전하도록 노력해왔 할 것처럼 보인다. 거리로 나온다고 해서 거리예술이 예술을 포기하는 것은
다. 신작 창작을 적극 지원해왔으며, 국가간 거리극공동제작을 통해 국내 아니다. 거리예술은 거리에서도 예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험하고 증명하
거리예술인들이 해외의 거리예술을 익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한편, 해외 고자 한다. 거리에서 대중을 만나고 싶다는 바램과 거리에서 예술이 가능하
의 관객들도 만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였다. 해외공연을 초청하는 중요 다는 주장 사이에는 여전히 깊은 심연이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한 이유도 사실은 국내 거리예술인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였다. 해외축 간격으로 인해 우리는 종종 모순에 부딪힌다. 어떤 작품은 발전된 공연장
제와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국내 거리예술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 비들의 도움을 받아 거리에서 예술행위를 하면서도 거리의 대중이 아니라
움을 주기도 했다. 그 결과 2003년에는 거리예술이라는 장르가 아예 없었 다시금 소수 예술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제작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지만 이제는 50여 단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거리예술인들 사 시도들이 예술형식의 다양성을 위해선 긍정적이겠지만, 극장을 나와 거리
이의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거리예술센터가 창립되어, 현재 회원 164 의 대중들에게 다가가겠다는 ‘문화민주주의’의 원칙에는 위배된다. 예술이
명(예술단체 45개, 축제 및 기획사 15개)에 이르고 있다. 또한 과천축제를 대중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여기에 거리예술의 어려움이 있다. 예술을 배
뒤이어 거리예술을 중심으로 하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고양호수예술제가 신해서도 안 되겠지만 대중을 떠나서도 안 되는 것이다.
생겨났으며, 최근 들어 하이서울페스티벌과 수원화성연극제, 목포마당극
제 역시 축제의 중심을 거리예술로 옮겼다. 한국의 거리예술은 이같은 양 거리예술이 어떻게 변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눈부시게 발전할 수도, 사
적 성장 외에 질적으로도 크게 성장하였다. 많은 단체들이 거리예술축제 라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 문화가 변화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는 희망을 가
는 물론이고, 국내의 여러 문화행사를 채우고 있으며, 몇몇 작품은 해외에 질 수 있지만, 예술이 삶의 저변에 뿌리내리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아
초청받기도 하였다. 또한 고통스러운 실험들을 통해 거리예술의 형식이 다 주 불안하다. 특히 거리예술은 역사가 짧기 때문에 뿌리가 깊지 못한 나무
양해지는 데 기여하였으며, 궁극적으로 인류의 예술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와 같다. 작은 풍파에도 쉽게 꺾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거
만드는 데 동참하였다. 리예술의 운명이 바로 거리예술가에게 달렸다는 사실이다. 우수한 결과물
을 내놓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면 융성할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쇄락할
거리예술은 한 마디로 뭐라고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거리 것이다. 대중의 탓으로 돌릴 것은 하나도 없다. 거창하게 얘기해 영웅은 난
예술에서 워낙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지면서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 세를 탓하지 않는다 하지 않는가! 많은 천재들이 낡은 질서를 파괴하고 새
다. 역사가 짧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규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로운 질서를 세웠다. 영웅과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거리의 대중들
다만 공간을 보는 시각에 따라 ‘거리예술’(street arts), ‘공공공간예술‘(arts 에게 예술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어, 그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도록 하는 데
in public space), ’도시예술‘(urban theatre)로 지칭할 수 있을 뿐이다. 거 성공할 경우 거리예술은 떳떳하게 생존할 것이다. 지난 과천축제의 역사가
리예술이 변화하는 것을 보면 마치 망아지가 뛰는 것같이 방향을 예측할 조금이나마 이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수 없다. 어떤 경우 ’거리예술‘이라고 불러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 작
품도 적지 않다.
※ 이 보고서를 마무리할 즈음 2015년 3월31일 재단법인 과천축제 이사회는 정관
거리예술가들은 종종 ‘예술’과 ‘대중’ 사이에서 방황한다. 예술을 추구하자 에서 ‘거리예술’을 삭제하고 ‘말’(馬) 중심의 축제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