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송현숙 작가 e-book _범이 호호_展(개인전) 도록 20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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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SONG HYUN SOOK

                                                            공자가 말한 인생삼락인 ‘배우는 것, 친구가 찾아오는 것, 화내지 않는 것’을 ‘교육, 친교, 가족의 화목’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책을 쌓아 놓은 모습, 읽는 모습, 글자가 나열된 모습 등이 교육을, 호랑이와
                                                            용의 만남이 친교를, 호랑이 가족의 행복한 모습이 가족의 화목을 나타낸다.
                                                            이러한 내용을 민화의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정신을 현대적으로
                                                            담기 위한 몇 가지 장치를 더하였다. 우선 호랑이의 얼굴에 우리의 탈을 접목하였다. 하회, 봉산, 양주 등에
                                                            전승되어 내려오는 탈의 이미지를 입혀서 변화된 캐릭터로 만들어보았다. 부부 호랑이의 얼굴에는 하회탈에서,
                                                            자녀호랑이의 얼굴에는 봉산과 양주의 탈에서 가져온 이미지들을 입혔다. 그래서 ‘탈호랑이 가족’이 되었다.
                                                            다음으로는 혁필의 기법을 사용하여 문자를 표현하였다. 혁필은 붓을 살 수 없었던 가난한 서민이
                                                            사용하던 붓이기 때문에 궁중화나 종교화가 아닌 진정한 서민의 그림을 조금이라도 담아보고자 한 의도였다.
                                                            용은 혁필의 기법에 따라 그렸는데 이것은 ‘龍’ 자를 쓴 문자도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용과 호랑이의 순수한
                                                            우리말인 ‘미르’와 ‘범’이라는 글자들이 나타나는데 이 글자들도 혁필로 써보았다. 그런데 이 글씨들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글자를 배워서 자신과 친구에 대해 쓰는 것으로 가정하여 가급적 단순한 모습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다만 글자에 최소한의 조형성을 부여하여 ‘미르’의 ‘ㅣ’를 용의 몸통처럼 보이도록 하고,
                                                            ‘범’의 ‘ㅂ’은 얼굴처럼, ‘ㅁ’은 몸통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글자를 조금 변형해보았다. 그리고 혁필붓으로                                                  세가지 즐거움
                                                            동그랗게 투명한 비눗방울을 그려 글씨와 겹치도록 하였는데 이것은 아이들의 동심을 담으려는 의도였다.                                          120×160cm, 한지에 분채, 먹, 혁필염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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