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송현숙 작가 e-book _범이 호호_展(개인전) 도록 20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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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SONG HYUN SOOK

 ‘탈호랑이’들이 등장하는 신문자도 작품이다.
 신령스러운 백호가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고 있고
 그 밑으로 여러 호랑이들이 등장한다. 석굴암과 남산 타워는
 예나 지금이나 이 호랑이가 한국 호랑이임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다.
 <봄범Ⅰ>에서 백호는 순 우리말인 ‘봄’ 자의 한 획을 이룬다.
 <봄범Ⅱ>에서는 ‘범’ 자의 한 획을 이룬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신문자도가 된다. 이것은 또한
 제주문자도를 기반으로 하였다. 획의 끝과 중간에
 단청 구름무늬인 ‘휘’로 장식하고 내부에는 대나무살을 엮어 만든
 빗살붓으로 물결무늬를 그려 넣었다. 이 무늬는 서민의 민화임을
 나타내기 위해 일부러 거칠게 표현하였다. 그리고 이 호랑이는 봄범이다.
 ‘봄’과 ‘범’은 자음은 같고 모음만 달라 봄범에는 언어유희적인 기능도
 들어있다. ‘봄’이 ‘범’이 되고 ‘범’이 ‘봄’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범은 봄과 같이 따뜻하고 다감한 존재가 된다.
 역으로 봄은 부드럽지만 새 세상을 창조하는, 범과 같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배경에는 우리의 산하에
 봄만 되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개나리와 진달래를 그려 넣었다.
 산을 이루고 있는 노란색 점과 분홍색 점이 개나리와 진달래이다.                                 봄범Ⅰ·Ⅱ
 이 꽃들은 문자 속의 사각 공간에서 확대되어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각 70×116cm, 한지에 분채, 먹, 혁필염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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