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김미영 작가 e-book 2022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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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만 지혜를 가져다주는 약이기도 하다. 지혜는 책에서도 얻을 수
없고, 시련이 두려워서 피한 사람은 얻을 수 없는, 고난을 정면으로 돌
파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마법 같은 선물이 아닐까? 고난도 잘 숙성시
키면 고상한 약이 된다.
나의 뱀 작업들은 시련과 맞닥뜨려 이겨내고자 하는 삶의 의지의 표현
이며, 그 저변에는 생의 저항과 갈망, 뜨거운 에너지가 내재되어 있음
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불완전한 미래와 고통의 현재를 끌어안고 매
일 매일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 역동적으로 춤추는 날들을 살아내고 싶
은 작가의 철학이 담겨있다. 나의 실존이 나의 방식대로 돌아가지 않
아도, 나의 현실 조건이 악화되고 기가 막힌 상황으로 변화된다 하여
도, 나의 꿈꾸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하여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는 고독과 허무, 고통이 내재한 삶도 기꺼이 사랑하며 춤을 추듯 살고
싶다. 그러므로 나의 긍정의 마음은 작품 속에서도 늘 희망의 메신저
인 초생 달이 떠 있다.
나에게 뱀은 여전히 싫고 무서운 존재이다. 그러나 그림 속에서의 뱀
은 점점 마치 나의 수호신인양 친숙한 존재로 전락되어 가고 있다. 영
원한 것은 없으니 그것이 때로 슬픔이기도 하지만 유한적인 것이 때로
는 큰 위로가 된다. 이 모든 것 또한 지나가리라.
2021. 8. 9
김미영
K I M M I Y O U N G